[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시민단체들이 연달아 부적절한 일러스트를 사용한 뒤 '실수'라며 사과한 조선일보를 찾아갔다. 이들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권침해 보도'로 규정하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온라인판 성매매 유인 범죄 판결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딸 조민 씨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사용해 사과문을 올렸다. 23일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범죄사건 등 보도에 6차례 이상 사용한 사례가 추가로 드러나 또 한번 사과문을 실었다.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 반인권보도 규탄 및 제도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 (사진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28일 조선동아청산시민행동은 43개 시민·언론단체와 함께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방상훈 사장의 공개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 및 조사결과 공개, 책임자 징계,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조선일보의 반복된 사진 악용을 자연스런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조선일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번 사안은 구조적인 문제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 사주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선일보 기자들은 언론인으로서 초심이 남아있다면 그때 마음으로 돌아가서 내부에서 투쟁해달라”고 외쳤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조선일보는 친일, 친미, 재벌을 비호하는 언론이라는 걸 익히 알았지만 이제 조선일보 행각이 언론의 본연을 벗어나 인권 유린에까지 이르러 사실상 반사회적 흉기로 전락했다”며 “문제해결을 위해서 온 시민의 힘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이날 성명에서 “조선일보가 저지른 사건은 한 시민에 대한 인격살인”이라며 “조선일보의 폭력으로 피해입은 이들을 많이 봤다. 아니면 말고 식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조선투위는 “이번 사건을 우연히 저지른 실수로 보지 않는다. 증오와 혐오를 끊임없이 조장해온 조선일보의 오랜 전통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에 이번 사건의 고의성 여부부터 철저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조선투위는 19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에서 강제 해직당한 기자 33명이 결성한 단체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재발방지 대책으로 ‘편집위원회 설치’와 ‘신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전 부위원장은 “편집위원회는 사전에 이런 문제적 보도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조선일보 내 양심있는 기자들이 사측 상대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치로 15년 전에 살아있던 편집규약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 반인권보도 규탄 및 제도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 (사진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43개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조선일보는 ‘살아있는 권력감시’를 한다고 자처했지만 자신들이 적대시하는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선 무차별적 망신주기 표적취재는 물론 검증되지 않은 왜곡보도와 오보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런 와중에 어처구니없는 오보가 발생해도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2년 신종훈 복싱 국가대표 선수의 “나는 일진이었다” 인터뷰 오보, 그해 9월 ‘나주 아동 성폭행범’ 가해자로 엉뚱한 시민 사진을 1면에 실은 오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홍가혜 씨를 허언증 환자로 몰아간 보도, 2016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구의역 참사 당시 “사고 당하는 순간까지 약 3분간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고 허위사실을 보도한 오보 등을 피해 사례로 나열했다.

이들은 조선일보에 방상훈 사장의 공개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 및 조사결과 공개, 책임자 징계,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국회에 배액배상제 도입과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했다. 편집 공공성·자율성 보장, 편집·취재관련 윤리지침, 독자권익보호·독자의견 반영 등이 포함된 편집위원회 설치 및 편집규약 의무화를 명시한 신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요구했다.

정부에는 조선일보의 유료부수 조작 의혹 관련 고발을 엄중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수사기관 고발을 통한 신문부수 조작의혹 진상 조사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조선일보 사옥 앞에는 기자회견 참가자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면 “기자회견이 아닌 집회 형식으로 방역수칙 위반 행위로 보고 집회를 해산시키겠다”는 경고 방송을 수차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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