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훈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대변인직을 열흘 만에 내려놓으면서 윤 전 총장 '전언 정치'의 한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야권에서 '윤석열 X파일' 논란까지 더하면서 윤 총장이 27일 예고한 정치선언 전부터 위기를 맞았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침묵했다. 대신 칼럼을 통해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흥정할 처지냐"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20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윤 전 총장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함께 대변인으로 선임됐던 동아일보 출신 이상록 대변인이 윤 전 총장 공보업무를 맡게 됐다.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하자고 격려했으나,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는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며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은 '사퇴'가 아닌 '경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전 대변인은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에 윤 전 총장은 직접 "입당 여부는 민심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바로잡았다.

이런 가운데 야권발 '윤석열 X파일'이 튀어나왔다. '윤석열 X파일'은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의혹이다. 김무성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의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19일 페이스북에 해당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 선택을 받기 힘들겠다. 방어는 어렵겠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21일 기사 <윤석열 대변인 돌연 사퇴… 야권서 터진 X파일 논란도>에서 "윤 전 총장이 '대변인 사퇴'와 'X파일 논란'이란 두 가지 돌발 악재를 만났다"며 "27일께 대선출마 선언이 유력한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변인을 비롯한 윤 전 총장 캠프 내 '국민의힘 조기 입당파'가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는 야권 분석을 보도했다. 또 '검사'와 '정치부 기자' 출신인 두 사람의 성향이 맞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가공’해 전달하는 것을 법률가 출신인 윤 전 총장이 마뜩잖아 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尹, 대변인 사퇴-X파일 돌발변수… 野 “宋, X파일 공개하라” 역공>에서 "대선링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윤 전 총장 캠프 안팎에서 악재를 만났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총장은 이 전 대변인과 국민의힘 입당 여부 및 시기를 비롯해 캠프 위치를 놓고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전 대변인은 국민의힘 입당과 여의도 캠프 마련을, 윤 전 총장은 대국민 여론 수렴과 광화문 캠프를 각각 주장·선호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윤석열 '전언 정치·X파일' 악재 수면 위로... 우려가 현실됐다>에서 "정치권에선 이를 윤 전 총장식 '전언 정치'의 폐해로 보고 있다"며 "잠행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윤 전 총장이 언론인 출신 대변인을 뒀지만 대변인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 모양새"라는 야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한국일보 역시 윤 전 총장 캠프 내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이견이 분출했다는 관측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 측은 '윤석열의 시간표와 이준석의 시간표는 상충하지 않을 것' '중도·진보진영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 등 정돈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언 형식으로 소개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은 시작 전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간보기 정치’를 그만두고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는데, 검증이 먼저 시작된 셈"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대변인 돌연 사퇴… 'X파일' 논란까지 등판도 하기 전에 흔들리는 윤석열>, <'전언정치' 한계에 야권서 터져나온 검증론 뒤숭숭> 등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는 대중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해온 '윤석열식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자신의 발언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라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정무참모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겠다는 이동훈 대변인의 판단이 충돌하며 대선 캠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대변인 사퇴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영남 지역구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에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다른 대안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으로 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대선출마 선언 1주일 앞… 흔들리는 윤석열>, <대변인 사퇴에 'X파일'까지… 역풍 부른 윤석열의 '전언 정치'>에서 "특히 이 전 대변인의 사퇴 과정은 윤 전 총장이 고수해온 '전언 정치'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검찰총장 때와 대선 후보로서는 소통 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며 "쌍방향 소통은 기본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 전 대변인 사퇴 관련 소식을 '윤석열 X파일' 관련 기사에서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했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이날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윤 총장이 악재를 만났다는 내용의 기사나 사설을 찾아볼 수 없다.

류근일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전 주필)는 <이준석의 '윤석열 가두리 양식' 작전>에서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흥정할 처지냐고 비판했다. 류 칼럼니스트는 "밀당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는 알아야 할 게 있다. 국민의힘엔 여론 지지율 1~3%를 넘는 감조차 없다는 사실"이라며 "'버스 놓치지 말라' 어쩌고, 그를 가두리에 넣고 바보 만들 처지가 아니란 말"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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