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항체형성률을 80%로 규정, 국민의 90%는 맞아야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안 대표가 의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이를 인용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AZ 백신 항세형성률은 1차 접종 시 96%, 2차 접종 시 99%에 달한다.

안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우리나라가 11월까지 70%의 국민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며 "청와대에서 대통령 포함 모든 분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사실을 바로잡아 드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날 있었던 청와대-정당대표 오찬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70%의 국민이 백신을 맞는다고 집단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다. AZ 백신 효능이 실험마다 다르지만 대략 80% 정도라고 치고, 70%의 국민이 AZ 백신을 맞으면 70%의 항체를 갖는 것이 아니라 56%만 항체를 갖게 돼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않는다"며 "전 국민의 90%가 AZ백신을 맞으면 72% 정도가 되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국민의 90%가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것을 모르더라. 그래서 그걸 바로잡아 드렸다"고 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 반응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안 대표는 "비서실장은 말씀은 안 했지만 다른 거라는 것을 이해하는 걸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은 별 말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선비즈, 뉴데일리, 머니투데이 등의 언론은 안 대표의 의사·생리학 박사 경력을 강조하며 안 대표 발언을 인용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이 백신 접종자 8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Z 또는 화이자 백신 1회 접종한 이들의 약 96.42%가 접중 28~34일 내에 코로나19 항체를 생성했다. 2회 접종을 완료한 경우 7~14일 안에 항체형성률이 99.08%로 증가했다. 연구를 수행한 매디 시로트리 UCL 연구원은 "AZ와 화이자 백신 모두 항체를 생성하는 데 훌륭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15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20개 연구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 면역 컨소시엄' 진행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과 AZ 백신은 1회 접종만 해도 5~6주 후에 각각 93%, 87%의 항체 형성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80~99세 고령층 중 화이자와 AZ 백신을 각각 접종한 76명과 89명을 대상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안 대표처럼 AZ 백신 항체형성률을 최신 연구수치보다 낮게 주장하는 전문가 발언이 언론에 등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신문 기사 <"AZ 부작용 두려워 예약 안 해… 화이자는 맞겠다" 불신 큰 고령층>에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 항체형성률이 70%가 채 되지 않는다. 50%가 AZ를 맞아도 35%밖에 예방이 안 되는 셈"이라며 "정부가 부작용에 대해 폭넓게 지원하는 동시에 지금 AZ를 맞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접종하도록 한다면 접종 동의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런 틀린 정보를 이야기하는 전문가한테는 왜 인터뷰를 할까"라며 "AZ 접종 후 항체형성은 97%가 넘고 실제접종 상황에서 예방 효과가 80% 넘게 나오고 있다. 예방접종율 올리려는 기사로는 좋으나 전문가 인터뷰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은 28일 <아스트라제네카 항체형성률 70% 안된다?>에서 "천은미 교수가 언급한 항체생성률 70%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4월 16일 YTN 보도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1차 백신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정도가 항체가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이는 1차 조사 결과일 뿐 추적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AZ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 등 면역원성 발생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11월까지 국내에서 완전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백신 효과가 영구적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코로나19 백신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와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곧 사라지고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일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며 "집단면역은 도달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토착화되어 매년 백신을 맞으며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도 많고 계속 변화하고 있기에 바이러스 퇴치 목표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정부에서 목표로 한 것은 일상생활 회복"이라고 말했다. 윤 반장은 "한번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집단면역이 형성됐기에 아무런 조치 없이도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거나 과거 즉,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똑같이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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