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겨레 정치부장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을 다룬 기사에서 '외교행낭' 표기를 한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반성의 입장을 밝혔다. '외교행낭'은 최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막말 논란과 관련 있다.

이주현 한겨레 정치부장은 18일 칼럼 <사라진 '외교행낭'을 찾아서>에서 "반성부터 하겠다"며 "13일 오후 5시 1분에 출고된 ‘낙마명단 나란히 올랐던 임·박…박준영만 사퇴한 까닭은?’ 기사에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외교행낭으로 도자기를 들여왔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해당 기사에서 현재 '외교행낭' 표기는 삭제됐다.

한겨레 18일 <[편집국에서]사라진 ‘외교행낭’을 찾아서>

이 정치부장은 후배 기자가 작성한 해당 기사에 '외교행낭' 표기가 없었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자신이 추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당 칼럼에서 "배우자가 수집한 도자기를 공적인 업무로 제한된 외교행낭에 넣어 반입하는 것과 이사 화물로 실어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그런데도 나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후배 기자가 쓴 기사를 데스킹하다, ‘외교행낭’을 추가하고 말았다"고 썼다.

이 정치부장은 13일 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국회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문정복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간 설전이 알려지면서 오류를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박 후보자 관련 의혹을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문정복, 홍기원 의원은 배 원내대표 자리를 찾아가 '외교행낭'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배 원내대표가 "그럼 무슨 이유로 사퇴했냐"고 말하자 문 의원은 "아니 그걸 당신이"라고 했고, 이에 류 의원은 "당신?"이라고 반문했다. 이에 문 의원은 류 의원을 향해 "야!"라고 소리쳤고, 류 의원이 "야?"라고 되묻자 문 의원은 다시 "어디서 지금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류 의원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이 정치부장은 "'연장자라고 꼰대질하지 말자'는 교훈으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이참에 정보의 선정적 속성과 정치적 조건이 맞물리며 팩트가 부풀려져 왜곡되는 회로의 '전형성'을 점검하는 게 정치와 언론의 발전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교행낭' 논란을 바로잡았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오른쪽)이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의 의사진행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왼쪽)이 문 의원에게 맞대응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박 후보자가 주영한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배우자가 대량의 도자기 장식품을 영국 현지에서 구매한 뒤 이삿짐을 통해 반입·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정치부장은 "4일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검색해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결같이 '외교관 이삿짐'을 질타한다"며 "다만 '북한이 외교관 행낭을 이용해 밀수했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어봤어요. 공정을 외치는 우리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관이 이렇게 밀반입을 했을 거라는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이거 밀수 아닙니까'라는 김선교 의원의 발언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정치부장은 "'처음'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박 후보자가 외교행낭으로 도자기를 들여왔다'는 명확한 주장은 박원석 정의당 사무총장의 인터뷰에서 등장한다"고 했다.

박 총장이 4일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 김현정 PD는 박 후보자 배우자 도자기 밀수 의혹에 대해 "이삿짐에 싸서 관세 안 내고 외교행낭으로 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판매했다는 것"이라고 질문했다. 박 총장은 "외교관 이삿짐이라는 이게 일종의 외교관에게 주는 특권"이라고 말했고, 김 PD는 "외교 행낭"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박 총장은 "저 정도 규모의 도자기를 외교행낭에 포함시켜서 가지고 온 거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걸 몰랐다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정치부장은 8일 '해수부도 박 후보자 행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진 것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이 해수부로부터 '재외공관에 파견 근무한 해수부 공무원이 대량 물품을 구매해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해 판매하면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답변서를 받으면서 관련 보도가 이어졌지만, 해수부는 일반론을 설명했을 뿐이고 국민의힘도 '외교행낭'은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지난 9일 박 후보자 의혹에 대해 "외교행낭을 이용한 사실은 없다. 해외이사대행 업체를 통해 이삿짐을 국내로 배송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정진석 의원실 답변서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판단일 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수부는 덧붙였다.

이 정치부장은 "‘이사 화물’이더라도 편들어줄 생각은 없지만, 나의 실수를 그냥 넘겨버리기엔 뒤꼭지가 뜨끈뜨끈했다"며 "정의당도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대한 사과는 제대로 받되, 외교행낭의 오류 역시 솔직하게 바로잡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보인 막말에 대한 언론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행태에 대한 언론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는 18일 칼럼 <민주당의 '꼰대 본색' 드러낸 '당신' 논쟁>에서 "'맥락'부터 살펴보자. 국회에서 다른 정당 의원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언권을 얻어 반박하거나 논평·성명·기자회견 등을 통해 비판하면 된다"며 "회의 도중 다른 당 의석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건 무례"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기자는 "이번 사태는 짧은 시간에 ‘한국형 꼰대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며 "문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막말을 했다. 홍 의원은 동료 의원의 어깨를 밀쳤다. 타깃은 ‘나이 어린 여성’ 의원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과 정의당을 "오십보백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을 향해 김 선임기자는 "끼어들 생각도 말라. '당신들'은 논평할 자격조차 없다"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혐오정치'부터 제동을 걸어라"라고 질타했다.

중앙일보 박혜리 기자는 같은 날 칼럼 <당신>에서 '당신'이라는 표현은 박 후보자를 지칭한 것으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문 의원 입장에 대해 "정말 문제 없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박 기자는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 스스로 사퇴한 장관 후보자를 본회의장에서 극존칭을 써가며 옹호하는 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맞는 일인가"라며 "젊은 의원에게 고성 들은 사실에 화내기 전, 문 의원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국어가 너무 어렵다면 말을 아끼는 것 또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조선일보는 사설 <"어디서 감히" "여성이라 의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문정복>에서 "설사 야당 의원이 오해했다 해도 어떻게 '어디서 감히'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라고 했다.

경향신문 윤호우 논설위원은 <[여적]"어디서 감히">에서 "사극 무대에서 쓰이는 말이 가끔 현실정치에 소환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윤 논설위원은 "상대방 의원에게 '야!'라고 욕설에 가까운 호칭을 쓰고, '감히'라는 무시의 언어를 슨 것에 어떤 오해가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감히 유권자를 무시하는 사람은 의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