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5·18 당시 광주를 취재했던 기자, 경상도에서 계엄사령부 발 보도를 접했던 PD, 현재 미얀마 상황을 취재하고 있는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언론보도가 통제된 미얀마 언론인들을 향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매년 진행해온 5·18 광주순례를 대신해 ‘미얀마 시민항쟁을 통해 5·18 정신을 기리기 위한 집담회’를 13일 진행했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미얀마 언론인들의 힘겨운 상황을 전했다.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다음 날 미얀마 모든 언론사는 폐간됐다. 유일하게 허용된 국영방송인 MRTV는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의 발언과 행보만 방송한다.

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2021년 미얀마와 1980년 광주' 집담회 (사진=민언련 유튜브)

대다수 언론인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섰다. 시위 초반, 뉴스가 없어지자 시민들 사이에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이에 미얀마 언론인들은 페이스북 ‘버마의 소리’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미 PD는 미얀마 군부가 언론인들을 체포대상 1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는 70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수감돼 있으며 12일 실형을 받은 언론인이 나왔다. 군부는 해당 언론인에게 형법 505조 ‘가짜뉴스 유포죄’를 물어 3년 형을 선고했다.

김 PD는 “미얀마에는 쿠데타라는 단어만 사용해도 형법 505로 잡아간다”며 “MRTV가 아니면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언론인을 잡아가 길거리에 잡상인으로, 택시기사로 위장해 취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언론인들은 생계유지의 어려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얀마 중부 몽유아에 위치한 지방 언론사 ‘몽유아가제트’는 군부 압력과 재정 어려움으로 지난 4월 문을 닫았다. 김 PD는 “언론인들이 처한 현실은 비참하고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살해시도가 많다”며 “핸드폰을 거리에 들고 다니기만 해도 검문 대상이 되기에 몰래 영상, 사진을 찍어 해외로 보내기 위해 기자들이 목숨 걸고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5·18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장영주 KBS PD는 “당시 경상도에 머물렀는데 언론에는 ‘유언비어 때문에 광주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경상도 군인들이 전라도 사람을 죽여서 쿠데타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조선일보 만평은 ‘속지 말자, 유언비어’였다”고 회상했다.

장 PD는 “당시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국영방송은 군부 아래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기업에 불과한 언론사들이 앞장서 군부의 정권 탈취를 의도적으로 숨겨준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이 국영방송이 제대로 된 보도를 안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이는 해악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 보도를 기대한 민간신문이 고의로 속이는 게 더 큰 해악”이라고 밝혔다.

5·18 당시 광주를 취재했던 조성호 전 한국일보 전국부장은 “광주에서 통신과 교통을 차단하고 언론을 장악해 광주 상황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며 “21일 군의 집단 발포, 22일 외신 등이 광주 금남로에 사망자 60명 안팎, 부상자 600명 정도가 있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자 민간인 1명·군경 5명, 부상자 군경 30명 민간인 미상’이라는 계엄사령부 명령서를 모든 신문이 똑같이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얀마가 통제 속에서 SNS 소통을 통해 미얀마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건 다행”이라고 했다.

김영미 PD는 “광주 참사 당시 사진을 미얀마 시민들에게 보여주면 자기네 사진인 줄 착각한다”며 “미얀마에 광주를 모르는 이들이 없다. ‘우리도 광주처럼’을 외치며 광주항쟁의 결론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군부가 승승장구했단 얘기를 하면 절망하다가 이제 대한민국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쿠데타를 일으킬 수 없고, 시민을 쏴 죽이지 못한다고 말하면 환호성을 친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인들은 미얀마 언론을 향해 ‘기록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장영주 PD는 “미얀마 언론인들이 기록을 잘 해두어야 한다. 쌓아놓은 자료와 역사가 나중에 군부를 벌하게 된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은 결과만 보면 철저히 실패했지만, 그 힘이 6월 항쟁을 이끌었다. 민주주의 신념을 확산시키는 단계라고 믿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호 기자는 “한국 언론인들이 41년 전 날조 보도 등으로 국민에게 죄지었던 걸 반성하는 마음으로 미얀마 항쟁에 관심을 기울여 의미 있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영미 PD는 “(미얀마) 언론인들과 회사 형식으로 취재를 하고 있다”며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조심하면서 취재하고 있다. 미얀마와 한국 언론들이 서로 격려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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