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과 텔레그램 성착취방을 집단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 리셋’이 언론을 향해 수사 방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단독보도'로 인해 범죄자들이 흔적을 감추고 사라져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이유에서다.

‘추적단 불꽃’과 ‘리셋’은 지난해 3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담자들이 검거되고 형을 선고 받은 뒤에도 추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게임 채팅앱 ‘디스코드’로 옮겨간 디지털 성착취 단체방을 추적했다.

프로젝트 리셋과 추적단 불꽃이 12일 낸 성명서 일부

12일 추적단 불꽃과 리셋은 성명을 내고 언론사 단독보도로 인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모니터 중 1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불법촬영 유포 사건을 파악했다.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에서 파악하는 사이 한 언론사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팩트체크’를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추적단 불꽃은 “피해자분들이 해당 내용의 보도를 원치 않고, 보도 이후 2차 가해가 자행될 가능성 또한 크다”며 보도를 말렸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지난 3월 18일 해당 내용을 다룬 <[단독]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 ‘다크웹’…성착취물 100여 개 유포>를 보도했다.

이들은 “다음날 수사를 위해 연락하던 가해자는 종적을 감췄다”며 “성급한 보도로 인해 잡을 수 있었던 범죄자들을 또다시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가해자들이 언제 다시 나타나 재유포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며 “언론이 어떠한 대의명분을 앞세워 ‘신속한 사실 보도’를 강조할지라도,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에 경각심을 갖고 피해자 중심 보도원칙을 우선시했다면 결코 단독보도에 급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딱 1년 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다른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리셋이 찾아낸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착취 단체방은 100개가 넘었고 누적 가담자 수가 30만 명을 상회했다. 이에 한 언론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며 활동가의 개인번호로 수차례 연락했고, 리셋은 수사 방해 및 범죄자들의 증거인멸이 우려돼 보도일시를 미루거나 ‘디스코드’라는 이름만이라도 언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18일 [단독]이 달린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경향신문 <[단독] ‘텔리그램 n번방’ 성범죄, 이번엔 ‘디스코드’서 버젓이 활개> 기사다.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 아래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성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디스코드'를 이용한 성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당 메신저의 명칭을 적시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우려했던 것과 같이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그 기사를 공유하며 하루 만에 11만 명의 범죄자가 흔적을 감추고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의 역할은 ‘N번방’ 사건 이후, 얼마나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가 새로 일어나고 있는지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의 재판 현장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의 허와 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변화 양상 등 국민이 알아야 하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은 이제라도 성급한 [단독] 보도를 그만두기 바란다”며 “분명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은 필요하지만, 보도방식에 대한 고민과 검토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재로서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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