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가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구조조정을 예고한 김상혁 서울STV 회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지난해 5월 서울STV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스포츠서울을 인수했다. 서울STV는 인수 과정에서 “향후 5년간 고용보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스포츠서울 경영진은 지난달 노사협의회에서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유는 ‘적자 개선’이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코스닥 상장유지를 위해 정리해고를 강행한다고 보고 있다. 오는 12월 기업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는 스포츠서울은 4월부터 최소 6개월간 영업이익이 나와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스포츠서울 김상혁 회장 부당노동행위 고소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김상혁 회장은 최근 중견 기자에게 부장직을 제안하는 동시에 노조 탈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노조하는 직원은 껄끄럽다”, “회사가 지시하면 따르면 된다. 싫으면 나가라”, “부서장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건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중견 기자들이 승진 제안에 응하지 않자 사측은 ‘체육부장·연예부장 겸 임원’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또 김상혁 회장이 대표이사·편집국장 인사 과정에서 사주팔자를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는 12일 김상혁 회장과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철훈 스포츠서울지부장은 “김 회장은 회생 기업을 인수했으면서 정상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창피하다. (구조조정은) 언론사의 책무인 공정 보도와 편집국 독립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황 지부장은 “김 회장은 사주팔자를 보고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을 뽑는다”며 “우리가 언제부터 무당집이 됐나. 구성원들은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어보겠다고 인내하고 있는데, 절반 가까운 직원들이 거리에 내몰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신문산업이 힘든 건 알지만 그럴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며 “사람을 뽑는데 사주팔자를 보는 게 경영인가. 회사를 팔고 손을 털겠다는 ‘먹튀’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전 부위원장은 “구조조정을 할 때는 직원들과 논의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과정이 없다”면서 “여기서 막지 못하면 또 다른 언론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형우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지금이 1960년대도 아니고 어디서 노동조합을 탈퇴하라, 마라 하고 있는가”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다. 김 회장은 지금이라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혁 회장은 편집국을 부서로 격하시키는 직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편집국장직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면서 “쓴소리하는 편집국장과 기자를 모두 갈아치우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자를 새로 앉혀 신문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수작”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스포츠서울은 주가를 띄워 먹튀하는 기업사냥꾼들의 손에 수없이 난도질당해왔지만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고통을 인내하며 지금까지 걸어왔다”며 “김 회장은 당장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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