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막말’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해 주요 신문사들이 “역대 선거에서 막말이 일으킨 폐해와 역풍을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말’ 대신 정책과 공약 경쟁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도 정치인의 ‘막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언론은 막말을 비판·경계하기보다 '기계적 중립' 형태로 양측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

최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중증 치매환자’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오 후보는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는가”라고 말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 후보를 두고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 아니냐”고 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을 ‘암환자’에 비유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경향·중앙·동아 등은 29일 사설에서 “여야는 막말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선거 혐오 키우는 막말과 인물 검증은 엄격히 구분해야>에서 “일상생활에서 담기 어려운 막말을 여야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주고받았다”며 “‘막말 대잔치’는 선거를 인신공격과 감정싸움으로 흐르게 하고, 국민의 정치혐오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백해무익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수도 서울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는 당면한 코로나19 대응부터 서민경제 회생, 주택·복지·불평등·기후위기까지 후보들이 구체적 정책과 해법을 갖고 시민들과 소통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상대를 할퀴는 막말은 생산적인 정책 경쟁을 퇴보시킬 뿐이다. 선거에서 막말과 검증·비판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막말은 막말을 낳고, 그 피해는 후보와 유권자 모두가 볼 수밖에 없다”며 “후보들은 역대 선거에서 막말이 일으킨 폐해와 역풍을 새기고 정책·민생 경쟁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 <유권자 등 돌리게 하는 막말 난타전 멈춰야>에서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건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공세에 올인하는 정치권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치매환자’ ‘암환자’ 등의 비유는 실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해 거리낌 없이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양당은 ‘막말 중독은 병’(민주당)이라거나 ‘민주당이 암적인 존재’(국민의힘)라는 등의 논평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며 “여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는 ‘막말 주의보’를 내렸지만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정치권의 언어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이 정치에 등 돌리게 만드는 막말 난타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비민주적 정치 세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사설 <유권자 등 돌리게 하는 막말 난타전 멈춰야>

동아일보는 사설 <막말·부실공약 쏟아지는 4·7보선… 유권자 안 두렵나>에서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 해도 공개 장소에서 상대 후보를 쓰레기라고 비난해선 안 된다”며 “(오 후보 역시) 공직 후보자로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 논란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정치 공방을 떠나 중증 치매 환자 가족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정치인의 막말을 경계하고 정책 경쟁을 권유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지만, 언론 역시 ‘막말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인의 막말을 비판 없이 ‘정치적 공방’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전달한 건 언론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與 윤호중 “오세훈은 쓰레기… 4월 7일 분리수거 잘하자”>(3월 27일), <與 “文치매 발언 오세훈은 극우”... 野 “쓰레기 막말 민주당은?”>(3월 28일) 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인사들의 막말과 반박을 소개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막말 경쟁’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중앙일보는 <"吳, 내곡동땅 거짓말한 쓰레기"···윤호중, 朴 추켜주며 거친 비판>(3월 27일) 보도에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를 ‘쓰레기’라고 비유한 것을 전하고 국민의힘의 반박 논평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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