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민간인 불법사찰 연루 의혹·딸 입시 의혹을 보도한 KBS에 대해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언론사의 정당한 취재 활동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추천 권오현 위원이 박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특정 후보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KBS 뉴스9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4대강 사업 반대 인물·단체를 사찰한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박 후보는 당시 홍보기획관이었다. KBS는 “그동안 박 후보는 국정원 사찰 문건을 본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런데 본 것처럼 문건 가운데 일부가 홍보기획관이 요청했다고 적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심의를 제기한 민원인은 “‘홍보기획관 요청’은 ‘홍보기획관실 요청’으로 봐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선거방송심의위는 26일 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홍보기획관실 책임자였던 박 후보에 대한 기사 가치를 인정하며 KBS가 박 후보 반론을 보도했기 때문에 심의규정을 위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영미 위원은 “이번 사건은 국가권력이 시민단체를 불법사찰한 것”이라며 “당시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박 후보에 대한 기사가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문건에 나온 ‘홍보기획관’이 박 후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부서장으로서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결과적으로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보도이지만, 그렇다고 언론사가 이를 보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오현 위원은 “뉴스1 기사를 보면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박 후보가 해당 문건을 직접 요청하고 보고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KBS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홍보기획관실에 기획관(박 후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권 위원 의견에 대해 박상호 위원은 “뉴스1 기사가 나갔다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다”라며 “KBS는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KBS 보도보다 나중에 나온) 뉴스1 기사를 가지고 'KBS 보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위원은 “후보자는 자신에게 유불리한 기사를 수용할 의무가 있다”며 “KBS는 반론 기회도 줬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선거방송심의위는 박 후보 딸 입시 의혹을 다룬 KBS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김승연 전 홍익대 미대 교수는 17일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 측 부탁을 받고 실시시험 평가에서 박 후보 딸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주진우 라이브’는 박 후보에게 반론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박 후보는 딸이 홍익대 미대 실시시험에 응시한 적이 없다며 김 전 교수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권오현 위원은 ‘주진우 라이브’가 근거 없이 일방적 주장만을 방송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조선일보 24일 자 보도를 보면 이성윤 검사장이 2009년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며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진우 라이브’가 편향적인 입장만 방송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권 위원은 “(‘주진우 라이브’가 반론을 요청하긴 했지만) 박 후보가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김 전 교수는 육하원칙을 지키지 않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했다.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현 위원 발언에 대해 박상호 위원은 “사실관계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지 인터뷰를 왜 평가하는가”라며 “방송에 대해서만 심의해야지, 박 후보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심의 조항을 두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영미 위원은 “입시 청탁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인터뷰한 것”이라며 “당사자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항제 위원장은 “김 전 교수 인터뷰에 육하원칙이 다 있다”며 “김 전 교수는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방송하지 않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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