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겨레 오피니언면에 실린 백신 안정성 논박글이 논란이다. 한겨레가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백신 논의에서 '의견'의 뒤에 자리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검증역할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안정성 비판·반박·재반박 ‘핑퐁’

논란의 칼럼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목수정 작가의 칼럼 <세상일을 자세히 알려 할 때 그걸 방해하는 이의 논리>(3월 4일)이다. 해당 칼럼은 목 작가의 '영국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4만건' 주장을 비판한 김우재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연구센터 교수의 칼럼 <목수정의 반계몽주의>(3월 2일)에 대한 반박글이다. 한겨레는 반론권 취지에서 목 작가의 칼럼을 게재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9일에는 김 교수 재반박 칼럼 <더 나은 사회를 방해하는 자의 억지>가 게재됐다.

2~9일 한겨레 오피니언 지면 갈무리

목 작가는 지난달 24일 UPI뉴스에 <코로나 백신 주도국 영국 부작용 신고 4만 건 넘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해당 글에서 목 작가는 "2월 7일까지 부작용 신고 시스템(옐로카드)에 4만4635건이 보고되어 있으며, 그 중 사망 사례도 323명"이라고 밝혔다. 목 작가는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공유하면서 "여태까지 이런 백신은 없었다. 이런 백신을 두고 '안전'을 말하는 건 사기"라며 "영국 정부에 신고된 부작용 사례를 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일 한겨레 칼럼에서 "목수정은 영국의 백신 접종 사후관리 시스템인 ‘옐로카드’의 문건을 근거로, 영국의 백신 부작용 신고가 4만건이 넘는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글은 마치 기자가 사실만을 나열한 것처럼 작성되어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목수정은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근거는 빼는 방식으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 비판에 대해 목 작가는 한겨레 칼럼에서 "영국 정부는 신고된 사례들의 백신관련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것이 자발적인 신고이므로, 실제 사례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말하지 않았다"며 "하버드 의대팀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자발적 신고에 의해 접수되는 백신부작용은 실제 발생건수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즉 정부측 확인에 의해 실제 사례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100배쯤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목 작가는 "대부분 언론은 일제히 심각한 부작용 없이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기사들 밑에 달린 댓글들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부작용에 대한 아우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자신이 접한 정보를 세상과 나눈 이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계몽주의와 먼 얘기"라고 했다.

이 같은 두 사람 간 논박은 페이스북과 언론을 통해 이미 한 차례 다뤄진 바 있다. 논박의 핵심은 '부작용'과 '백신' 간 인과관계 여부다.

김 교수와 문성실 박사는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에 게재한 <영국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4만건? 사실 아니다>(2월 26일자)에서 "UPI 뉴스에 실린 목수정 작가의 칼럼은 영국 ‘옐로 카드’의 이 보고서를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쓴 전형적인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옐로 카드 주간 보고서’에는 명확하게 '옐로 카드는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의심되는 이상 증상을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이는 옐로 카드 보고서가 반드시 백신으로 인해 이상반응이 유발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보고서 어디에도 목 작가가 언급한 수많은 이상반응이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 부작용 중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례는 없다"며 "영국 ‘옐로카드 주간 보고서’ 말미에는 각 백신 제조회사별로 이상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나열된 질환들은 백신과 관련되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목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먼저 한가지 묻겠다. 우리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매일 들어왔던 세계 모든 나라의 코로나 사망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죽은 게 검증됐나"라며 "코로나 사망자 중 몇명이 코로나로 죽었고, 몇 명이 기저질환 중에 코로나까지 겹쳐서 죽었는지, 또 몇명이 엉뚱한 병으로 죽었는데 몸 속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었던 건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그들을 모두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해왔다"고 썼다.

목 작가는 "영국의 시스템도 미국의 그것과 비슷하게 자발적으로만 신고되는 시스템이므로, 실제보다 많을 수도 있겠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집계된 숫자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지만,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숫자인 것"이라며 "어떤 백신에서 더 많은 부작용이 나왔는지, 어떤 종류의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이를 통해 가름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하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으니, 이는 틀린 정보이며, 이런 정보는 아예 전달하지 말아야 하나"라고 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 “한겨레가 검증했어야”

8일 한겨레에서 열린 열린편집위원회에서는 두 칼럼을 두고 한겨레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민정 위원장(한국외대 교수)는 목 작가 칼럼에 대해 "반론권 보장 차원이라지만 이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 기고문을 싣는 것이 적절하고 타당했는가"라며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한겨레의 입장을 더 명확히 하거나 해당 주장이 얼마나 합당한지 짚어주는 역할을 함께 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은 "목 작가의 시각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를 검증하는 후속 기사가 없이 끝나버린 것이 아쉽다"며 "관련 논란을 정리를 해주고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에게 맡긴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12일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백신 신중 보도 잘 했지만…‘날선 기고문 공방’ 뒷짐 아쉬워>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은 "어떤 의견을 공론의 장에 올릴지에 대한 게이트키핑은 언론사가 해야 한다. 칼럼이기 때문에 ‘본지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주장으로 물러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목 작가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한겨레가 논쟁할 주제라고 가치판단을 했다고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임 위원은 "이를 하나의 의견이라고 공론의 장에 올리는 순간 간절한 염원 아래서 신뢰하고 협조해야 할 정책적 판단에 대해 불신과 과도한 의혹을 불러일으켜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윤희 위원(장애인이동권컨텐츠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앞선 말들에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의학·과학 관련 글을 받을 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홍 위원은 미국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복스' 등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과학·역사 전문기자들의 조사 리포트를 내놓고 있고, '애틀랜틱'지는 마이클 오스터홈(미국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과 같은 유명 학자들의 정기적 기고를 통해 과학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김준범 위원(한라홀딩스 부사장)은 "목수정 작가를 비판하는 칼럼 역시 과학적인 반박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제목에 ‘반계몽주의’라는 표현이 나올 이유가 있나 싶었다"며 "목 작가 의견이 문제가 있다면 백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반박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보도가 많이 없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처럼 이야기하는 내용이 실리다 보니 상황이 호도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영희 한겨레 총괄부국장은 "목 작가의 글은 반론 차원에서 실은 것이지만, 담당 기자들도 위원들과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공론의 장의 게이트키핑 기준을 정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때때로 느낀다. 늘 한겨레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통해 좀 더 논쟁의 폭을 넓혀보자는 ‘유혹’이 있는데,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되는 주제 또한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피니언 검증도 언론 책임”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언론사가 오피니언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의견 뿐 아니라 사실적시의 경우 법적 책임이 언론사에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게이트키핑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칼럼·기고문은 일반 기사에 비해 조금 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리고 의견은 꼭 언론사의 논조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팩트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점검해야 한다. 팩트가 의심되거나, 찾아보니 틀렸다면 당사자에게 얘기해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번 칼럼 게재 과정에서 한겨레가 적극적인 검증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열린편집위원들의 지적에 이 실장은 "책무실장으로서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이런 식으로 오피니언면에서 서로간의 반박이 오가는 상황을 단순히 지면만 내놓고 있는 데 대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며 "무엇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취재나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풀어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쟁을 논쟁으로만 이어가지 않고, 그 부분에 개입해 사실확인을 해서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누군가 비판을 받았으면 같은 지면에 반론을 실어주는 게 합당할 텐데, 이 경우는 주제가 백신에 관한 사항으로 잘못하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면서 "또 목수정 씨가 그동안 써왔던 글을 찾아보고, 김우재 씨 비판의 근거를 보았을 때 싣느냐 마느냐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목 작가의 반박칼럼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개인적으로 찾아봤다며 "영국 옐로 페이퍼에서 몇 백명이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데, 거기에는 분명하게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고 반복해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목수정 씨 글은 그 부분을 인용하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하나도 싣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칼럼이 독자에게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부분에 대한 보완 등을 요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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