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경제지가 '정치인 윤석열' 띄우기에 나섰다. 이들 언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여의도 체질', '배짱', '뚝심'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8일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은 칼럼 <윤석열 對 선거귀신>에서 "윤석열은 애초 정치할 뜻은 없었을지 모르나 생각보다 정치에 잘 맞는 사람"이라며 "‘여의도 체질’"이라고 했다.

박 주간은 "책 10쪽을 읽고도 한 권을 읽은 듯 풀어내는 속칭 구라, 후배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고 그 구라를 푸는 보스 기질, '검수완박'에 '부패완판'으로 응수하는 조어 능력… 정치는 말인데, 그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주간은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폭정에 지친 이들이 '윤석열'을 환호하는 소리가 잠자던 그의 정치 본능을 깨웠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박 주간은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판으로 직행하는 것은 나쁜 선례임이 분명하다면서도 "그 선택으로 이제 사활을 건 일전이 불가피해졌다"며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여당의 '대항마'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박 주간은 정부여당을 선거에 매몰된 '국정 등신' '선거 귀신'이라고 했다.

8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TV조선은 6일 <[단독]윤석열, 사퇴 직전 '반문성향' 與 거물 정치인과 만났다>에서 "특히 진중권 서민 교수 등 이른바 조국 흑서 저자들도 윤 총장을 측면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내 게획은 여행가는 것밖에는 없다. 한 일주일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7일 한국경제 홍영식 논설위원은 <윤석열 '싸움의 기술', 대선판에도 통할까>에서 "여권과 싸움에서 연전연승했다. 웬만한 배짱과 뚝심이 아니고선 불가능하지만 대선주자로서 우뚝 선 건 '반문정서'에 힘입은 것도 크다"며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서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홍 위원은 대선주자로서 윤 전 총장이 '권력의지'를 갖춰야 하고, 외교·안보 등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 리더십은 사람을 감동시켜야 하고, 다독이기도 해야 하며, 때론 함께 눈물도 흘려야 하고, 매정하고 단호할 필요도 있어야 한다"면서 "대선판에 뛰어들면 경제와 외교·안보 등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비판 발언을 보도하는 데 집중했다. LH 직원들에 대한 범정부 합동조사는 '셀프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공식적인 수사와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중앙일보는 이런 비판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아니라 윤 총장을 중심에 놓고 다뤘다. 정부여당이 윤 전 총장을 축출했고, 윤 전 총장이 직을 유지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은 6~7일 조선·중앙일보 등과의 통화에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사실상 검찰의 대대적인 직접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부사장은 8일 칼럼<윤석열 떠난 문재인 'LH 폭탄' 피할 출구가 없다>에서 "공정과 정의를 열망했던 대통령이 힘센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결단하지 못할 때 민심을 읽고 행동으로 실천했던 '충신'은 떠났다"며 "권력형 비리의 주역과 신도시 예정지에서 크게 한탕해 서민들을 괴롭힌 거악들은 '윤석열 없는 세상에서 발 뻗고 마음 편하게 자게 됐다'고 환호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공적 정보로 도둑질, 망국 범죄" 검찰이 LH 수사하라>에서 윤 전 총장 인터뷰 발언을 인용한 뒤 "검찰이 전 정권 적폐를 처단했던 그 엄정함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팔면봉'코너에서 "윤석열 사퇴 3일만에 'LH 직원 투기는 공적 정보 도둑질'. 범 내려 오는 소리?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중도사퇴는 '정치적 사퇴'로 읽히며 검찰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에 대한 반대입장은 사퇴 명분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중수청 반대를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윤 전 총장이 사퇴 직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 교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직무 배제'를 결정한 것 역시 정치적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개혁에 있어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해 온 윤 전 총장이 정작 검찰 비위의혹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결정을 하면서 사퇴 명분이 더욱 퇴색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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