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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를 버려야 신문이 산다

기사승인 2021.02.17  08: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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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섭 칼럼]

[미디어스= 심영섭 칼럼]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수송되는 신문 물량을 합산하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신문부수는 일 평균 약 500만부로 추정된다. 흔히 신문사 인쇄공장에서 잘못 인쇄된 신문부수(黑破)와 짜투리로 남은 신문용지(白破)를 파지(破紙)라고 하고, 파지를 빼고 인쇄공장에서 각 신문지국이나 가판상인에게 수송되는 부수를 발송부수라고 한다. 유가부수는 신문지국 등에 도착한 발송부수에서 독자에게 유가로 보급되는 부수를 의미한다. 

한국ABC협회의 2019년 조사 결과, 전국종합일간신문의 유가 비율은 높은 경우에는 97%, 낮은 신문사는 60%-70%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9년 신문지국 실태조사와 2020년 신문수송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신문지국에 도착한 발송부수의 상당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에서 폐지업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명 잔지(殘紙)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식 표기인 잔지는 발송은 되었지만 배달되지 않는 부수이다. 신문사 판매국은 지국에 발송부수를 보내면서 단수(우수리), 정속, 무지, 잔지 등으로 독자가 지정된 부수와 버리는 부수를 송장에 표시해 주거나, 별도 통보한다.

'저널리즘토크쇼J' 47회 '뉴스는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지나?' 편 캡처 화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실시한 샘플지국 정밀조사에서는 발송부수 가운데 최소 1/3이 잔지였다. 신문사 판매국과 연 2-3회 정도 자율증감을 통해서 지국 유가독자와 위탁배달부수를 제외하고, 잔지를 받지 않는 신문지국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잔지 비율은 15~30% 사이가 발생했다. 물론 지국 차원에서 모든 신문을 100% 자율증감하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유형의 지국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현장조사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신문지국 20곳 가운데 단 한 곳뿐이었다. 

해당 지국은 총 14개종의 일간신문을 매일 4,360부 발송 받아서 3700부를 유가부수로 배달했다. 유가 비율은 84.8%였다. 잔지는 매일같이 약 400부 발생했다. 나머지는 우수리(짜투리)로 남거나 배달과정에서 손실되는 부수다. 자율증감을 도입했음에도 잔지가 발생한 것은 지역일간신문과 경제일간신문 그리고 메이저신문 한 곳과 자율증감에 100% 합의하지 못해서였다. 해당지국의 잔지 판매수익은 월 40만 원 수준이었다. 통상 신문지국의 잔지 판매수익이 적게는 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치였다. 반면 나머지 조사대상 지국에서 잔지 발생율을 계산해 보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 조사대상 지국에서는 잔지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국종합일간신문 가운데 3대 메이저신문의 잔지 비율은 36%였다. 모든 신문지국이 3개 메이저신문을 배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잔지 비율은 1/3이었다. 세 신문사의 발송부수가 대략 290만 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0만 부 가까이 잔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국종합일간신문 가운데 마이너라고 부르는 7개 일간신문의 잔지 비율은 52%였다. 잔지 비율이 높게 유지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신문사 1곳을 제외하더라도 48% 수준이었다. 

양대 경제일간신문의 잔지 비율은 좀 복잡했다. 기관구독(기업, 공공기관, 상가 등)과 개인구독을 합쳤을 때 유가부수는 12% 수준이었지만, 셋트지로 병독하는 독자를 합산하면 유가부수는 50%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사실상 잔지였다. 발행부수공사가 유통부수(circulation)에 대한 공사라는 점과 우리나라 신문독자의 대부분이 구독료를 100% 부담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마이너 전국종합일간신문이나 양대 경제일간신문의 신문구독율은 엇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지역종합일간신문이었다. 지역종합일간신문이 2개뿐인 강원과 부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발행부수 1만부를 넘는 신문은 소수에 불과했고, 그나마 지역에서 어느 정도 배달이라도 시키기 위해서 최소 5000부를 찍어서 지국에 대부분 지대 없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지역종합일간신문이 발행부수 5000부와 1만부를 고집하는 이유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식정보신문으로 분류되는 계도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발행부수 5000부 이상의 지역종합일간신문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지식정보신문 예산으로 통반장을 비롯하여 지역관공서와 지역노인정 등에 제공하는 부수가 있어서 버틸 수 있다. 발행부수 인증은 한국ABC협회가 한다. 단순히 인쇄공장에서 지국으로 수송한 발송부수 인증이다. 별도의 조사과정은 없다, 신문사가 서류로 증빙하면, 인증해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역종합일간신문의 유가비율은 처참하다.

양대 경제일간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일간신문도 상황은 지역종합일간신문과 비슷했다. 반면 전국종합일간신문이나 지역종합일간신문에 끼워주는 병독지인 스포츠일간신문은 상대적으로 잔지 비율이 적었다. 물론 스포츠일간신문의 유가비율은 무의미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송부수는 적지만 잔지비율이 낮고 유가비율이 높은 신문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신문과 일부 특수전문일간신문이 여기에 속했다.

잔지는 신문사 경영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매일같이 약 700만 부 가량을 발송하고, 이 가운데 약 200만부 이상이 잔지로 처리된다. 실제 유통 부수는 많아야 일평균 500만 부인 것이다. 그런데 잔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신문기업은 매일같이 윤전기를 돌리는 데 전기를 쓰고, 신문용지와 윤전용 잉크를 현찰로 구매한다.

'종이신문 = 쓰레기’라는 잘못된 인식 고착화

그렇다면 신문사는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잔지를 계속해서 양산할까? 정확한 내부사정을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인터뷰에 응답한 신문지국장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유가부수는 없는데 발송부수를 밀어내고 지대를 요구하다 보니, 잔지를 팔아서 지대를 내는 것”이었다. 결국, 신문사 스스로 제 살을 깎아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유가 비율을 높여서 광고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광고주들은 이미 유가부수보다는 한국리서치(HRC)가 조사하는 소비지수나 해당 신문의 정치적 영향력을 신문광고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잔지는 어떻게 처리될까? 잔지는 신문 고지(故紙)로 팔릴 때와 기타 산업용 자재로 팔릴 때, 신문 폐지(廢紙)로 팔릴 때 가격이 다르다. 신문 고지는 읽고 난 신문지를 모아서(또는 읽지 않았더라도) 다시 녹여서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 3대 신문용지 생산업체(전주페이퍼,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가 신문 고지를 구매하여 용지 재생에 사용한다. 이 경우에 가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kg당 210~250원이다. 

잔지가 산업용 자재로 쓰이는 경우는 다양하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농업용이다. 농업용 잔지는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다. 예컨대 강원도에서 고랭지 배추를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잔지는 1kg당 500원이다. 물론 적당한 크기로 작업을 미리 해야 한다. 건축 현장에서도 신문 고지는 좋은 자재이다. 중국에서는 신문지를 녹여서 합판 대용으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계란판이나 방음판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최악은 신문 폐지다. 주로 동네 고물상에서 취급하는 신문 폐지는 1kg당 80원 수준이다. 한때 1kg당 2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고물상에 모인 신문 폐지는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올 때까지 모아둔다. 폐지에 습기가 가득 차면 무게가 더 나가서 값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엉망이 된 폐지는 신문용지로 재생하기 어렵다. 그래서 골판지와 같이 입자가 덜 고운 다른 용지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잔지가 신문 고지가 아닌 신문 폐지나 산업용으로 사용되면, 장기적으로 신문 용지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자원관리 차원에서라도 잔지를 줄이고, 신문 고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신문기업 스스로 이러한 문제에 신경 쓸 시간도 여력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수많은 잔지로 인해서 ‘종이신문이 쓰레기’라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만일 독자들에게 종이신문이 계속해서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다면, 편집국에서 아무리 좋은 기획 기사를 작성하고,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해결방안은 신문사 스스로 찾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신문사가 자구노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설계가 다시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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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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