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 댓글 임시조치, 기사 열람 차단권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임시조치 개선 등 대선 공약부터 이행하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해야 할 언론개혁 입법이 적지 않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는 사회 혼란과 불신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다. 국민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고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언론개혁 법안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등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용자가 거짓 정보나 불법 정보를 생산·유통해 명예훼손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 댓글 임시조치 제도 등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기사 열람 차단권 신설, 정정보도 크기·분량을 원 보도와 동일하게 규정,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을 90명에서 120명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형법 개정안은 형법상 명예훼손 기준인 ‘출판물’ 범위에 방송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5일 <2월 임시국회, ‘언론개혁 입법’보다 언론공약 이행이 우선이다> 논평에서 언론개혁 입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민주당이 언론을 통제하는 방안 대신 피해구제를 중심으로 입법 방향을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와 상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이 강화된 제재를 추가 입법하기 위해서는 이중처벌·과잉규제의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은 이러한 검토를 결여하고 있다. 또한 권력자들이 자신을 향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명예훼손 제도를 악용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일반인의 피해구제나 민생에 얼마나 기여할 지도 물음표”라며 “소송의 문턱을 높이기보다 피해구제제도에 대한 일반의 접근성을 높이고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연대는 임시조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임시조치로 사라지는 게시물 상당수는 공인 비판, 소비자 불만, 종교 피해 호소 등 합법적 게시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임시차단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부터 처리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기사 열람 차단권이 도입되면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연대는 “허위, 사실 여부를 두고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에 법적으로 다퉈야 한다”며 “허위, 사실 여부에 대한 잠정적 판단을 기준으로 기사 전체를 차단하게 되면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증의 과정이 사실상 모두 삭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임시조치 개선 등 대선 공약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해당 법안들이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언론개혁 입법’의 우선순위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방치하고 있는 언론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다. 당장 올 하반기에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상반기 내에 개혁 입법을 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임시조치, 방송통신심의제도 등 표현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해묵은 과제”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들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언론공약 이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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