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TV조선이 자사 트로트 포맷을 베꼈다며 MBN을 상대로 표절 소송을 걸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송대상은 MBN이지만 지상파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평론가는 22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 열풍이 시작된 뒤 MBN뿐 아니라 지상파 3사도 달려들었다. 1~2년 사이에 트로트 풀 한 포기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포맷 베끼기, 돌려막기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지상파가 문화 다양성을 위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 방송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

TV조선은 18일 MBN의 <보이스트롯>과 <보이스퀸>이 자사 <미스트롯>·<미스터트롯> 포맷을, <트롯파이터>가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도용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TV조선은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닌 방송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라고 말했다.

MBN은 방송 포맷이 달라 표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여성 출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스트롯>과 달리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이 출연하며 <트롯파이터>는 자사 포맷을 활용했다고 반박했다. MBN은 TV조선 측에 맞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위근우 평론가는 “TV조선이 화내는 이유는 공감되지만 소송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위 평론가는 “사회적 논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 차원으로 가져가면 사람들의 관심은 법적으로 유죄냐 무죄냐만 보게 된다"며 "가령 무죄 판결이 나오면 문화 다양성 측면 등에서 좋은 게 아닌데도 면죄부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로트 열풍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홈런 덕분이다. MBN뿐 아니라 지상파 3사 모두 달려들었다. 이들이 <미스트롯>을 안 보고 만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각각 오리지널 포맷으로 만들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TV조선 <미스트롯>이 흥행한 뒤 11월 MBN <보이스퀸>, 지난해 3월 SBS <트롯신이 떴다>, 7월 MBN <보이스트롯>, 10월 MBC <트로트의 민족>, 12월 KBS <트롯 전국체전>, MBN <트롯파이터>가 나왔다.

저작권 판례를 보면 TV조선이 소송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 평론가는 “예능 포맷으로 소송이 난 적은 없지만 게임 분야가 비슷하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인기를 끌자 ‘범버맨’이 저작권침해 소송을 건 적이 있는데 당시 판례는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규칙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기에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위 평론가는 TV조선 역시 포맷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위 평론가는 “TV조선 소송 기사 아래 포털댓글은 ‘너희는 슈퍼스타K로부터 자유롭냐’였다"면서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슈퍼스타K> 시즌2가 흥행한 뒤 MBC <위대한 탄생> 등 비슷한 방송이 나와 비판받았다”고 전했다.

위 평론가는 “(우리나라 방송은) 쿡방 나오면 쿡방, 먹방 나오면 먹방, 설민석이 뜨면 모두 설민석을 초빙하는 식이다. 그동안 방송가에서 포맷 돌려쓰기에 대한 자정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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