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이 이른바 '불량 BJ 퇴출법'을 발의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 음란물 등 불법정보가 유통될 경우, 유통한 이용자가 다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전에 나왔던 관련 입법 논의를 보면 표현의 자유 위축, 규제 실효성 등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양 의원은 20일 인터넷 개인방송에 불법정보가 유통된 경우, 이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사업자)들이 불법 정보를 유통한 자가 더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양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아동·청소년, 장애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영상이나 범죄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개정안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아프리카TV 등에 불법 정보가 유통된 경우 다시는 해당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불량 BJ들이 다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수익 활동을 하지 못하게 규제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정된 범위의 정부 주도 제재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사업자)들의 의무와 역할이 한층 강화되어 자체 점검 및 불법·불량 BJ 퇴출도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인터넷 개인방송 심의 및 시정요구현황'에 따르면, 음란·선정 관련 심의와 시정요구가 1,112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양 의원 법안은 직전 20대 국회에서 2017년 당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사실상 내용이 같다. 김 의원은 "현행 법률에는 BJ 등 불법 정보를 유통한 이용자의 정보 통신망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며 "BJ에 불법 정보가 유통되면 불법 정보를 유통한 자가 이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BJ를 통한 불법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용자 퇴출 등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사후규제 강화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그간 국회,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다양하게 제기됐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관은 2018년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저널에 게재된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 동향과 입법적 검토 : 20대 국회를 중심으로'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는 공적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방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인터넷 콘텐츠 규제가 높은 국내 현실에서, 현행 법적 규제의 집행을 위해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것은 사업자의 위축 효과뿐만 아니라, 순차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도 심히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김 의원 법안을 비롯해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에게 불법정보 유통 차단·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하거나,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등록제와 불법정보에 대한 기술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최 조사관은 이들 법안이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개인방송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데 대해 이용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최 조사관은 "사업자 스스로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제한함으로써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더욱이 음란물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 정보로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규제의 대상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부담과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양 의원 발의 법안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1명 또는 복수의 진행자가 출연해 제작한 영상 콘텐츠'로 규정하고,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정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은 물론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사실상 인터넷에 오를 수 있는 영상콘텐츠 전체를 사업자가 모니터링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KCI에 등재된 논문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발언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한국방송학회, 2019년 서울대 김지수·윤석민)는 " 혐오가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을 때, 사후적이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재 조치로는 되풀이되는 혐오를 끊어 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에서의 혐오발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플랫폼 내부의 모니터링, 신고 등에 기초하고 있으며, 해당 콘텐츠나 개별 창작자의 활동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들은 혐오발언에 대한 근원적 조치가 아니라 사후적 조치라는 한계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여성혐오발언이 창작자들의 수익 창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창작자, 게스트, 시청자 등의 방송 참여자가 이에 대해 대체로 동조하는 태도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이 연구의 결과는, 혐오발언으로 인해 퇴출된 누군가의 자리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또 연구진은 "인터넷 개인방송은 매스미디어와 달리 이용자와 창작자 사이에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므로 이곳에서의 여성혐오발언 문제 역시 창작자의 일방적 혐오 표출이 아니라 시청자와의 소통의 산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방송 내 자정작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창작자들에 초점을 둔 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이들의 방송을 시청하는 이용자들의 이용 문화를 함께 개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10월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개인방송 모니터링법'에 대해 "규제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고,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 모니터링 의무를 지워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영상 서비스 산업을 위축시키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일반적 감시의무는 인터넷의 생명에 독배와도 같아서 금지해야 한다는 게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원칙"이라며 "현행법 하에서도 인터넷개인방송사업자를 비롯한 온라인서비스사업자들은 음란정보를 비롯한 불법정보의 유통에 대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명령 제도에 따라 불법 콘텐츠를 삭제·차단할 의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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