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회 입법 논의를 우선 존중하되, 현행 법령 하에서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안들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19일 발표된 <2021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6월까지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절차 개선을 위한 '공영방송사 임원 임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오는 8월 KBS 이사회와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임기가 만료된다. 공영방송 사장 임기는 양승동 KBS 사장이 12월, 김명중 EBS 사장 2022년 3월, 박성제 MBC 사장은 2023년 2월까지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 사옥

방통위 관계자는 "공영방송 임원 선임과 관련해 정청래, 정필모, 박성중 의원 등 여야 공히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고, 전체적으로 이사·사장 선임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이 있다"며 "문제는 법률 개정이 합의가 안되고 지연되는 상황이다. 일단 법 개정이 되면 그것에 따라 하게 될 것이고, 개정이 안 된다고 하면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가 한다면)현행법을 근거로 해야할 텐데 당초 해왔던 것보다 범위(권한)가 줄겠지만, 그래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라며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면 저희 의견을 개진할 텐데, 지난번 여야가 논의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개시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입법이 안 되는 상황에서 행정부 재량으로 법령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가능할 수 있는게 뭘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라며 "8월 인사수요가 있기 때문에 4~5월까지는 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더 좋은 건 그 전에 입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주요 쟁점은 그동안 관행으로 이뤄진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배제 여부다. 현행법상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방문진과 EBS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KBS 사장은 이사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 사장은 방문진이 임명하고, EBS 사장은 방통위가 임명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관행에 따라 여야 7대4, 6대3 등 비율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4개 법률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설치법)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이른바 '국민위원회'로 추천·선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KBS 이사회 구성을 KBS, KBS 구성원, 학계,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로 50% 이상 구성하고 KBS 사장추천위원회를 국민 50%와 KBS 구성원 50%로 구성하는 안이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지난 9월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 시 국회 여야 7대6 추천 비율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특별다수제)를 얻도록 하는 안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법안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논의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언론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암 투병 중이던 이용마 MBC 기자를 만나 국민추천 방식의 공영방송 사장 선출안에 찬성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는 2018년 12월 공영방송 '국민추천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정책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추천 이사제는 현행법과 같이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뽑지만 이사 정원의 3분의1 이상을 국민추천이사로 선임, 이른바 '중립지대'를 형성하는 안이다.

지난 18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 답변은 없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문서와 서명으로만 남은 약속이 아니라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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