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출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 정진경 변호사가 성추행 의혹 전력으로 선출 하루만에 사퇴했다. 국민의힘에서 지난 주에만 세 차례에 걸쳐 성비위 문제가 발생하면서 당 차원의 무대응과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반면 조선·중앙일보는 지면에서 정 변호사 관련 사건을 다루지 않은 채 여성운동계에 '선택적 정의' 비판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실·화해 과거사위원으로 선출된 정 변호사는 8년 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여학생 세 명을 성추행 해 징계받은 전력이 드러나 사퇴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미처 파악을 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그걸 알았다면 사전에 조치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인턴 여직원을 성폭행 했다는 의혹으로 7일 탈당했다. 김 의원 탈당 선언에 국민의힘은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취소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 생각도 없고, 별로 들은 바는 없다"고 했다. 김대군 부산 기장군의회 의장은 동료의원 성추행 혐의로 6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론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11일 사설 <잇단 성추문 국민의힘, 국민에게 부실검증 사과해야>에서 "남다른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할 진실화해위원으로 그런 과거사를 숨긴 인물이 추천된 사실이 놀랍다"며 "국민의힘 주장대로 변호사단체의 추천을 받았을 뿐으로 성추행 전력을 전혀 몰랐다면 무책임한 변명이다. 인물 추천에 교차검증은 기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게다가 국민의힘이 국회에 제출한 추천서에는 정 변호사가 충남대 로스쿨 교수로 일한 이력이 통째로 빠져 있다니, 검증이 부실해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검증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이를 덮어 두었던 것인지 국민에게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서울신문은 잇단 당내 성추행 의혹에 "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기이고, 처신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말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공천과 추천을 책임진 공당 원내대표의 언행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서울신문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내부적으로 감찰하고 그 결과에 합당하게 소속 당원을 징계해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데, ‘꼬리 자르기 탈당·사퇴’로 문제적 정치인에게 퇴로를 열어 주면서 부실검증의 책임을 피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기사를 통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여당 성비위 심판 선거'로 규정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기사 <보선 승리 꿈꾸던 국민의힘 성문제로 '속앓이'>에서 "최근 당 소속 의언의 성폭행 의혹과 당 추천 인사의 성추행 전력이 불거지면서 과거 새누리당 시절 이른바 '성누리당'으로 불린 오명이 덧씌워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다시 '성누리당' 될라… 국민의힘 전전긍긍>에서 "대여 공세의 첫번째 지점이었던 여당 지자체장의 성폭력 문제를 거론하기 힘들어진 데다 오히려 반격의 빌미를 준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 <정당 추천인사 검증 실패,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에서 정 변호사 사퇴를 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국회의 위상까지 훼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더 한심한 것은 변명이다. 인사검증 부족을 시인했으니 당은 잘못이 없다는 식"이라며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시 이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않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공수처는 괴물"이라고 한 석동현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에 추천하고,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 왜곡발언을 한 인물들을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추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n번방' 피의자 변호를 맡은 장성근 변호사를 여당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한 사례 등을 나열하며 정당 인사검증시스템의 획기적인 강화를 촉구했다.

1월 11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면 갈무리

반면 조선·중앙일보는 지면에서 정 변호사 사건을 다루지 않은 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여성운동계의 '선택적 정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e글중심]"선택적 정의에 빠진 여성계">에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과 '피해 호소인' 표현,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에 대한 여성계 비판 등을 두고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여성운동을 했다는 사람들마저 내로남불, 아시타비", "누가 누구한테 똥 묻었다고 뭐라고 하나", "여성의 권익을 위한다기보다는 정계 진출의 회전문 역할을 했군", "물타기 그만하자. (김병욱 의원 의혹 관련) 피해자가 나와야 수사를 할 거 아니냐" 등 네티즌 반응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위안부 이용' 운동과 '여성 이용' 운동, 참으로 역겹다>에서 "30여 년 역사의 여연(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권 신장에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당파적으로 선택적 분노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여연 대표 출신으로 민주당을 통해 총리·장관·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10여 명이다. 여성 단체가 아니라 '여성을 이용하는 단체'가 됐다'고 했다.

조선·중앙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정 변호사 사퇴 건을 다루었는데, 기사 논조는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다'는 식이다. 조선일보는 9일 <性추문 줄잇던 민주당의 반격 "국민의힘, 대국민 사과하라">에서 민주당의 국민의힘 비판 입장에 대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잇단 성(性)추문과 최근 지방의원들의 성추행 등으로 곤욕을 치른 민주당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서도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지난해 지방 의원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랐다. 작년 총선 전엔 민주당 2호 영입 인사 원종건씨 ‘미투 의혹’이 제기됐고, 정봉주·민병두 전 의원 등도 ‘미투 의혹’에 휘말렸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기사 <"남인순 사퇴" 압박받던 與 반격 "野 성추문, 새누리당 회귀">에서 "이는 그동안 국민의힘이 민주당 당원들의 성폭력 사건을 비판해오던 것과 사뭇 달라진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가해자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에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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