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방송사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문제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KBS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생방송, JTBC 드라마 <언더커버>, TBS '+1 합시다' 캠페인 등에 모두 법적조치를 시사했다. 이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현행 방송법을 부정하는 행보로 판단된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TBS 교통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었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친여권 방송인들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1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누가 봐도 1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홍보"라고 주장했다.

홍 부대변인은 "TBS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시민들을 개, 돼지로 내려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변명"이라며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자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방송법 위반이다. TBS는 이제라도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5일 TBS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TBS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4일 캠페인을 중단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새해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BS '1합시다' 사전선거운동 논란은 4일 중앙일보 <[단독]김어준·주진우 "1합시다" TBS캠페인 사전선거운동 논란> 기사로 촉발됐다. 중앙일보는 사전선거운동 논란 이유를 "친여(親與) 인사들이 줄줄이 나와 더불어민주당의 기호 '1번'이 연상되는 '일(1)합시다'를 외쳐서"라고 설명했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TBS가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 반응을 소개했다.

그러나 해당 캠페인 내용과 취지, TBS 측 설명과 언론보도 양상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주장처럼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BS는 '+1합시다', '#1합시다' 캠페인을 지난해 10월부터 기획해 11월 16일부터 시행했다. 그 무렵 '시민의 방송 TBS'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95만명을 넘어섰고, TBS는 구독자 100만 달성을 위한 '+1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구독 +1을 해주면 TBS가 더욱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의도의 기획이었다는 설명이다. 애초 TBS는 연내에 캠페인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의 이슈로 프로그램이 결방, 유튜브 구독자 증가세가 주춤하게 되면서 캠페인을 연장했다고 한다. 현재 TBS 유튜브 구독자 수는 99만 2천명이다.

관련 캠페인 포스터 등에는 '너의 구독 1이 결국 백만을 넘긴다', '나는 구독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의 구독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가을야구 끝나면 뭐하지? 구독' 등의 문구가 표기돼 있다.

TBS 유튜브 채널 백만구독 캠페인 홍보화면

해당 논란을 키운 요인 중 하나는 캠페인 '색'이다. 상당수 언론은 해당 캠페인을 상징하는 색상과 '1합시다'의 '1' 색상이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이라고 썼다. TBS의 상징색은 '민트색'이다. TBS는 '파란색'을 문제로 지적한 언론에 기사 수정을 요청, 상당수 언론은 색상표기를 '민트색'으로 수정했으나 일부 언론은 수정을 거부했다. '파랑이나 민트나 다 같은 블루 계열 아니냐' 등이 수정거부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의 경우, 해시태그(#) 등록 시 관련 문구의 색상이 하이퍼링크 활성화로 인해 자동으로 파란색으로 변환되는 것을 두고 "일부 네티즌은 해당 영상 제목 ‘TBS유튜브100만구독캠페인 #1합시다‘에서 ‘#1합시다' 부분이 파란색인 것이 더불어민주당 색(色)과 같다는 지적도 했다"고 보도했다. TBS 측은 해당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고, 조선일보는 "다만 TBS 관계자는 '유튜브 제목에서 하이퍼링크가 활성화되면 자동적으로 파란색으로 글씨가 바뀐다'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해당 글씨 색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반론을 덧붙였다.

일부 언론은 TBS의 주파수가 98.1MHz라며 주파수 대역 '.1'을 사전선거운동 논란의 이유로 들었다. '.1'이 민주당 기호 '1'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교묘하게 자기들 주파수 98.1인 점을 이용했다"는 네티즌 반응을 인용 보도한 것인데, 98.1MHz은 CBS 주파수이며 TBS는 95.1MHz다.

국민의힘은 최근 '방송법 위반'을 이유로 방송사에 대한 법적대응을 강조해왔다. JTBC가 기획 중인 드라마 <언더커버>에 대한 공세가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은 <언더커버>를 '공수처 홍보물'로 규정, 프로그램 기획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내놨다. <언더커버>는 영국 BBC 드라마 ‘언더커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옛 안기부 요원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를 교묘하게 활용할 때 독재는 완성된다. 특히 소재와 주제에 대한 개입은 검열이라고 부른다"며 "숨길 수 없는 독재 DNA"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무슨 근거와 권한으로 특정 방송국의 드라마 기획, 제작, 편성에 간섭하고 '조치'를 운운하는가"라며 "여 정권 비판 언론인을 탄압하고, 시트콤 대사 하나 하나까지 제재했던 ‘왕년’을 추억하는 것이라면 이쯤에서 자중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JTBC <언더커버>, KBS <문재인 대통령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연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10일 KBS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문재인 대통령 연설 흑백영상 생중계 방송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며 방송법 위반 혐의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KBS공영노조(제3노조)는 탁 비서관 요청사항으로 '행사 2시간 전까지 엠바고 필수', '흑백으로 제작됨을 감안 바란다' 등의 제작방침이 KBS에 '하달'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의혹이 방송법상 편성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방송 당시 “컬러 영상의 1/4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으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흑백영상 제공 취지를 설명했다. KBS는 공영노조 주장에 대해 "영상 일부가 흑백 화면으로 처리된 것이 청와대 측의 일방적인 방송 지침에 따라 결정됐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번 중계 방송은 KBS가 키사를 맡아 진행했으며 KBS 중계 제작진이 청와대 측 담당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방송 시간과 카메라 위치, 영상 연출, 화면 구성 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의 경우 화면 좌상단 로고와 수어통역영상 등은 컬러로 방송됐다.

현행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새 정강정책에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개혁'을 하겠다며 권력의 언론개입 사건을 중대범죄 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