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2월 '자진폐업'한 지상파 라디오 경기방송(FM 99.9MHz)을 시민참여형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의 '경기교통방송'으로 재설립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경기교통방송'을 단순 교통정보만 제공하는 방송이 아닌 보도(지역정보제공)·교양·오락 등의 기능을 포함하는 종합편성 지역 공영방송으로 정의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6월 경기도의회 제안에 따라 '경기교통방송 운영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12월 제출된 '경기교통방송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 최종 보고 요약본에 따르면, 연구진은 경기교통방송의 운영 형태에 대해 "경기도민에 대한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경기교통방송의 기본 역할을 고려할 때, 비영리 재단법인이 적합"하다고 결론냈다.

경기방송 사옥 전경 (사진=경기방송)

연구진은 "독립법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법적으로 보장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자체로부터의 독립성과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 TBS 사례를 참고해, 경기 미디어재단 형태의 교통방송을 설립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출연기관으로서의 비영리재단 설립 방안이다. 경기교통방송 초기 비용은 약 125억원 규모로 산정됐다. 연구진은 초기 비용 대부분은 경기도 지원금으로 충당하게 되지만, 독립성 확보를 기본으로 하는 방송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지원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경기교통방송의 정체성을 '경기도민 교통방송'(GCTB, GyeongGi Citizen Traffic Broadcasting)으로 정의했다. 경기도민 참여형 공영 교통방송이다. 연구진이 제안한 경기교통방송 지배구조안을 보면, 총 9명 이내로 구성될 이사회 중 4인은 지역주민(시민사회) 추천 인사로 규정했다. 지역민을 대표하는 방송이라는 점을 지배구조에 담은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9인의 이사회는 경기도 추천 2인, 경기도의회 추천 2인, 방송통신위원회 추천 1인, 경기도민 추천 4인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제작·편성에 있어 경기교통방송은 중앙과 서울의 틀에서 벗어나 경기도를 조명하는 콘텐츠를 지향하게 된다. 또한 경기 지역민과 직접 소통을 위해 공동체 미디어 센터를 운영, '마을 공동체 미디어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연구진은 종합편성 방송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청취자들은 더 이상 라디오로 교통정보를 획득하지 않는다"며 "교통정보만 제공하는 방송사 형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며, 교통방송을 중심으로 하되 정보 및 오락 제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경기교통방송의 1일(20시간) 프로그램 장르별 편성비율을 보도 10%, 교양 55%, 오락 35%로 제시했다.

다만 연구진은 '보도' 기능의 경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경기도가 설립의 주체가 되는 경기교통방송이 보도기능 수행을 공표하는 것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보도기능이 사회적으로 부각되어 또 다른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지적, 경기도의 관영 언론사라는 불필요한 논란이 크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도'라는 용어보다는 '지역정보 제공'이라는 용어의 활용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경기교통방송의 디지털 활용 방안에 있어서도 경기도민의 참여를 중점에 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도민의 참여, 공동체의 참여라는 기조하에서 기존 미디어가 실행하지 못하는 과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방송 콘텐츠 제작과정을 도민과 공동체 참여로 개방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경기도민 중 1인 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키고 육성해 상호 보완적 콘텐츠 네트워크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교통방송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 중 비전 제안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방송 폐업으로 반납된 FM 99.9MHz 주파수 확보를 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연구진은 "99.9MHz 주파수에 대한 방통위 공모가 곧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경기도 주관의 교통방송 설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파수 확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민간자본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과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연구진은 경기도 내 TF(테스크포스)팀 구성을 통해 주파수 확보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TF 성격에 대해서는 "본 연구에서 도출한 비전 '운영과 제작의 개방', '시민사회의 참여', '도민 전체의 공유'의 방향성을 뒷받침할 추진 주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방송 폐업 사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방송법상 소유·경영 분리원칙에 따라 방송 소유자를 경영에서 분리시키자 이에 반발한 소유자가 '자진 폐업'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경기방송은 각종 경영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지만, 자진폐업 사유로 '언론탄압'을 들었다. 경기방송은 부동산임대사업만 남기고 방송업 등 사업 일체를 정리, 80여명의 프리랜서와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방통위는 신속한 신규사업자 선정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공모가 시작되지 않아 해직노동자들은 7개월째 반발하고 있다. 경기방송 노동자들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는 경기방송의 '지역 공영방송' 모델 설립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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