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 코로나19 백신확보 지연을 비판했던 문화일보 등 언론이 백신 1600만명 분 계약 소식에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언론계 내에서 "방역 교란 언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28일 '지평선' 코너 <방역 교란 언론>에서 "백신 확보가 늦어 비판받던 정부가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얀센)의 백신 1,600만명 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24일, 한 종합일간지는 ‘안전성 강조하더니 3상 진행중인 백신 계약’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논설위원은 "이 신문을 포함한 언론들이 이미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구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던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고,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또 접종 시기가 늦어진다는 점에서 도움도 안 되는 기사"라며 "동료들 모두 한탄했을 정도"라고 했다.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코로나19 정부 대책 관련 언론 가이드맵'과 한국일보 28일 <[지평선]방역 교란 언론>

김 논설위원은 "물론 공익에 봉사하는 기사, 경종이 될 만한 기사가 많았다. 백신 도입 지연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공무원 면책'이 없으면 이런 복지부동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기사는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필요한 비판"이라며 "문제는 나쁜 기사의 영향력이 강력하고 더 오래 기억된다는 점"이라고 썼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코로나19 관련 보도 중에는 윤리의식이 실종된 '나쁜 기사'도 있었다. 팬데믹 확산을 특정인 탓으로 돌리는 혐오·차별 조장 기사들"이라며 "최악은 대놓고 중국인·중국동포 혐오를 부추긴 한 경제지의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르포, 이태원 클럽 집단 발병 후 성소수자의 성생활에 초점을 맞춘 몇몇 기사들이었다. 11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내는 21세기에 이 언론들은 '중세로의 퇴행'을 주장하고 싶기라도 한 걸까"라고 꼬집었다.

김 논설위원은 "SNS에서 돌고 있는 ‘코로나19 정부 대책 관련 한국 언론 가이드맵’이라는 도식은 어떻게든 정부 비판으로 가는 언론의 행태를 비꼰다"며 "언론의 정파성은 일도양단이 어려우나 사실 확인에 게으른 기사, 일관성 없는 비판, 인권의식과 취재윤리를 내팽개치고 주목경쟁에만 혈안이 된 기사는 심각한 문제다.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는 팬데믹 세밑"이라고 말했다.

24일 문화일보는 기사 <안전성 강조하더니… 3상 진행중인 백신 계약>에서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상반기 중 도입이 결정된 얀센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다른 백신들이 2회 접종해야 효과가 있는 것과 달리 한 번만 맞으면 된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지난 10월에 중단됐다가 재개돼 현재 진행 중이어서 안전성이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은 상태다. 임상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라고 썼다.

뉴데일리는 같은날 기사 <안전성 강조하더니… 文정부 '안전성 미검증' 얀센과 백신 계약>에서 "얀센 백신은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여당이 그동안 강조했던 '안전성 최우선' 기조는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24일 문화일보 기사 <안전성 강조하더니… 3상 진행중인 백신 계약>, 뉴데일리 <안전성 강조하더니… 文정부 '안전성 미검증' 얀센과 백신 계약>

이들 언론은 백신 안전성보다 시급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백신확보 지연을 비판해왔다. 문화일보는 정부 백신확보 발표 전날인 23일 기사<靑 ‘백신 확보 실패’ 자성은커녕 “지시했다” 책임전가>에서 "청와대 사무실에 걸려 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겐 봄바람처럼 나에겐 가을 서리같이)이라는 글귀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24일 사설 <또 백신 궤변, 의료붕괴 막을 民官 전문가 협의체 만들라>에서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된 국가가 적지 않고, 이달 말엔 40개국에 이르는데도 내년 2∼3월 접종 시작마저 불투명한 참담한 현실을 호도하며, 엉뚱하게 이번엔 사회 분위기를 탓한 또 다른 궤변"이라고 안전성을 강조한 정부 입장을 비난했다. 황성규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같은 날 <코로나 백신 ‘後果’> "1류 의료 기술과 국민의 인내·동참으로 이뤄낸 K-방역을 백신을 못 구한 ‘3류 정치’가 망치고 있다"고 썼다.

뉴데일리는 23일 기사<9월까지 '멍~ 때린' 해외 백신… 文정부, 백신 확보 나선 지 한 달도 안 된다>에서 "문 대통령은 이미 주요국의 '백신 확보 전쟁'이 끝난 9월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며 "반면 이달 들어 접종을 시작한 미국⋅유럽연합 등 국가들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공격적인 선구매에 나섰고, 7~8월에 백신 구매계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시급성과 안전성을 두고 정반대 논조를 동시에 보인 언론사도 있었다. 지난 9일 뉴스1은 30분 간격으로 <영국 코로나 백신 접종하는데… 돌다리 두드리다 '지각 접종' 될라>, <고열·근육통, 겁나는 백신 부작용… 정부 보상에도 "괜찮을까"> 등 기사를 연이어 내놨다.

이 같은 보도들과 달리 정부의 백신확보 지연을 단순히 시기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시스템의 문제에서 바라본 합리적 비판 기사가 적지 않았다. JTBC는 17일 <투자·법 개정..백신 선진국 위한 '새 판' 짜야>에서 해외 주요 국가의 '사전구매 협약제도'와 적극적 투자, 올해 3600억원에 불과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예산, 2009년 국회가 신종플루 확산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잔여백신을 비판한 사례 등을 설명했다.

JTBC는 "백신은 빨리빨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리 과감하게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데 과거 에볼라 등의 사태를 겪은 선진국들은 '선구매 제도'를 안착시켜 미리 제약회사에 돈을 주고 사들이는 방식을 작동해왔다"며 "백신 선진국을 위한 새 판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SBS는 <"백신 늦었다" 옥신각신…논란 부른 결정적 이유들>에서 정부 백신 구매과정에 정통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에만 과도하게 의존했던 점 ▲선구매 추진 후 백신 임상시험 실패 시 공무원에 떨어지는 징계 ▲백신구매 책임소재를 따지는 법률적 검토에 걸리는 시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코로나19 관련 소수자 인권 문제적 보도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국민일보 '이태원 게이클럽' 보도, 헤럴드경제 '대림동 차이나타운 르포' 보도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특정인의 탓으로 돌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민일보는 5월 7일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단독보도에서 "이태원 게이클럽에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경기도 용인시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을 넘어 나이, 성별, 직장, 해당 클럽의 상호 등이 적시됐다. 국민일보 보도 이후 관련 보도가 언론 전반에서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5월 9일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기사에서 "남성 간 성행위자들이 집단 난교를 벌이는 찜방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며 개인의 성적지향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이어갔다. 헤럴드경제는 1월 29일 르포기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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