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민의힘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28일 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27일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비전 선언’ 생방송과 관련해 탁 비서관이 KBS에 구체적 제작 방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KBS 내부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화면을 단순히 흑백으로 송출하는 것 외에 ‘흑백 화면에 어떠한 컬러 자막이나 로고 삽입 불허’ 등 구체적 제작 방침을 지시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KBS 등 방송사는 흑백 영상으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생중계했다. (사진제공=KBS)

국민의힘 주장은 제3노조인 KBS 공영노조의 성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 11일 ‘탁현민 의전비서관 요청사항이며 행사 2시간 전까지 엠바고 필수’, ‘오늘 BH(청와대) 중계제작관련 흑백으로 제작됨을 감안 바란다’ 등을 "청와대 ‘하달 사항’이 담긴 문자메시지"라고 공개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 행위들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다루고 있는 방송법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방송 편성에 규제(방송법 제105조 제1호)나 간섭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앞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영상 일부가 흑백 화면으로 처리된 것이 청와대 측의 일방적인 방송 지침에 따라 결정됐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번 중계 방송은 KBS가 키사를 맡아 진행했으며 KBS 중계 제작진이 청와대 측 담당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방송 시간과 카메라 위치, 영상 연출, 화면 구성 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S는 청와대 측으로부터 ‘흑백 화면에 컬러 자막이나 로고 삽입 불허’ 지시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실제로 KBS는 흑백 영상이 방송되는 동안 좌상단의로고 (대한민국 탄소 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를 자체 제작해 ‘컬러’로 내보냈으며, 우하단의 수화 영상 역시 ‘컬러’로 방송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지상파 방송 3사 등의 생중계를 통해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당시 “컬러 영상의 1/4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으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연설을 흑백 영상으로 제공했다.

탁현민 비서관은 27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고발 소식에 “영상이 송출된 후 전달받은 격려로 소회를 대신한다”며 “흑백 영상 방영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멋진 아이디어였다”는 주한EU대사, 주한영국대사, 주한 프랑스대사의 격려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