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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출마가 보수정치에 미치는 영향

기사승인 2020.12.22  15: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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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칼럼] 빅텐트 원샷경선 가능성 커지는 가운데 김종인 비대위 행보 주목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모처럼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안철수 대표는 대선에 도전해야 해 재보선 출마가 어렵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 모양이다.

입장을 선회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정기 국회 등의 영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일방처리를 보면서 정권교체의 절박성을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재보선 출마 불가를 말할 때도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의 정치적 처지가 반영된 행보로 봐야 한다. 대권 도전을 말하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될 경우 안철수 대표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도전’ 자체를 말하기 어려운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소속이던 서대문구 구의원이 탈당을 하면서 안철수 대표를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재보선 국면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 국민의당 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안철수 대표가 출마하는 것뿐인데, 출마를 결단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안철수 대표가 신당창당, 혁신 플랫폼, 신적폐청산 등을 거론해온 것도 이 맥락일 것이다.

원래 예정된 것이었든, 아니면 갑작스런 결단이든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가 될 전망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는 대권주자급 인사들의 출마 명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내년 재보선은 낙선은 치명적 상처, 당선은 무거운 족쇄가 되는 ‘독’이다.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자칭, 타칭의 대권주자들이 출마를 망설인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독’이 ‘성배’에 담겨 있다면 다르다. 정치인은 술이 담긴 잔이 눈앞에 있다면 일단 마셔야 하는 존재이다.

안철수 대표의 출마로 서울시장 재보선은 ‘독이 든 성배’가 되었다. 국민의힘에 소속된 대권주자들에게도 출마 명분이 생겼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한 것에 대한 결자해지를 주장한 것은 오세훈 전 시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극단적 전략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선은 오세훈 전 시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인물들의 출마 여부로 쏠리고 있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재보선 출마를 공언함으로써 희미해지고 있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일단 확보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거둔 효과의 두 번째는 범보수연합 후보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판을 키우는 역할을 주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선거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공정한 경쟁의 보장을 전제로 어떤 형태의 단일화든 응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국민의힘은 입당 후 경선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 하는 2011년 모델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국민의힘이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금태섭 전 의원까지를 포함한 범보수 후보들 간의 ‘빅텐트’라는 형태로 ‘원샷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수가 있다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정도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가 재보선 및 선거연대 관련 언급을 할 때마다 야권연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둥 안철수 대표도 여러 후보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둥의 발언을 통해 평가 절하해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안철수 대표의 부상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재보선에서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김종인 비대위가 중도를 겨냥한 개혁에 성공해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두게 됐다고 주장할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구체적인 당직을 맡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 등 당 외 세력의 움직임에 당내 세력이 호응하는 형태로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하면 김종인 비대위는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일정 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년 4월 재보선은 김종인 비대위가 당에 대해 확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지렛대이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의 부상은 어떤 면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위협인데, 그렇다고 재보선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걸 나서서 걷어 차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야권 후보 분열로 재보선 승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판을 키우는 걸 용인하면서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와 겨룰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진 주자와의 정치적 제휴가 필요하다. 이 결과가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4월 재보선은 야당에 유리한 환경이 이미 조성돼 있다. 보궐선거 자체가 여당 지자체장의 문제로 치러지게 된데다 그간 이슈가 돼온 정치적 사건들도 여당에 특별히 유리한 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문제는 정치적 악수로 큰 부담이 되었다. 수도권 민심이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문제는 단기간에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민생 문제는 코로나19로 대체돼 있는데 겨울 유행을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보수야당이 특별히 힘을 싣고 있는 백신 공급 논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볼 조건이 보수정치의 지리멸렬이었는데 여기서도 전열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 정권은 여러 부분에서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정치를 자초해왔다. 여기서 빠져 나오려면 재보궐선거는 이 조건을 뒤집는 계기가 돼야 한다. 어려운 싸움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사명감만으로는 안 된다. 시대정신을 겨냥한 새로운 쟁점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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