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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이제는 '탈원전 고지서' 타령

기사승인 2020.12.23  08: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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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료비 연동제' 전기요금 개편안, 보수정권 때는 '전기료 현실화' 이유로 적극 지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내년부터 전력생산에 드는 연료비용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탈원전 고지서가 날아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보수언론은 과거 보수 정부에서 더 큰 폭의 연동 내용을 담아 추진한 연료비 연동제에 대해 '전기료 현실화'를 이유로 적극 찬성했던 바 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했다는 주장은 실제 탈원전 현황에 비춰보면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현 정부안은 반영 폭이 제한되고, 반영 주기가 길어 연료비 연동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에 연료비 원가변동을 반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17일 확정했다. 새로운 체계가 시행되면 연료비는 전기요금에 3개월마다 반영된다.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에 변동하는 체계다. 

정부는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변동 폭을 최대 1kWh 당 ±3원, 누계 ±5원으로 제한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4인가구 월평균 사용량 350kWh를 기준으로 적용하면, 현재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유가 상황으로 내년 1분기에는 월 1050원, 2분기에는 월 1750원의 전기료가 내려간다. 산업용·일반용(월평균 사용량 9240kWh 기준) 전기요금은 같은 시기 월 2만 8000원, 월 4만6000원이 내려가 상반기 총 1조원의 요금인하 효과가 전망된다. 국제유가 급등 시에는 전기요금 급등을 막기 위해 긴급유보권한을 발동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연료비 변동분을 정부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예상보다 유가 급등 폭이 클 경우 정부가 경제영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변동분 반영 폭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내년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기후·환경요금' 항목이 표시된다. 기후·환경요금은 기존에 전기요금에 포함돼 왔지만 고지되지는 않았던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을 일컫는다. 여기에 kWh당 0.3원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비용이 더해지게 된다. 월 200kWh 이하 사용가구에 대해 월 4000원을 할인해주는 주택용필수사용 공제 할인제도는 일반가구 적용분이 2022년 7월까지 사라진다. 중상위 소득가구, 1~2인 가구에 적용하지 않는 대신 이 자금을 취약계층 지원 확대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체계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1·2인 가구 덮친 탈원전 부메랑>(조선일보), <이젠 유가 뛰면 전기료 걱정…“탈원전 비용 소비자에 청구”>, <[사설] 전기요금 개편…탈원전 고지서 아닌가>(중앙일보), <1·2인 가구 등 910만 가구, 내년 7월부터 전기료 오른다>(동아일보), <결국 전기료 인상… '脫원전 고지서' 날아온다>(서울경제), <탈원전해도 전기료 안 오른다더니…요금제 기습개편한 정부>(한국경제), <[사설] 전기료-연료비 연동제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된다>(매일경제) 등의 기사와 사설이 쏟아졌다.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을 값비싼 LNG나 태양광발전 등으로 대체하는 비용을 각 가정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보수언론의 '탈원전 때문' 주장은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석탄과 LNG 전력 구입 비중이 늘어났다는 수치에 근거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지난 8월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원전 이용률은 70~80% 수준으로 크게 변동이 없다. 

또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은 탈원전 정책 선언 이전시기부터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여왔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04년 91.4%였던 원전 이용률은 2012년 82.3%, 2013년 75.5%, 2016년 79.7% 등으로 나타난다. 중간중간 이용률과 가동률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하락추세를 보였다. 올해 1~3분기 원전 이용률은 73.8%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5%보다 0.7%p 감소했다. 

보수언론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했다. 이유는 한국의 전기요금이 원가에도 못미칠 정도로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현 정부 추진안과는 달리 연료비 변동을 매달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설계하고, 조정폭 역시 4인가구 기준 월 최대 1만원 가량을 잡았다. 

한겨레는 18일 <보수언론의 합창… 친원전 기사가 날아든다>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조선·중앙일보의 논조를 짚었다. 한겨레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에 대한 조선일보 논조는 이명박 정부 때는 판이하게 달랐다. 2009년 6월 쓴 기사에선 '원가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기 과소비를 막는 긍정적 제도로 연료비 연동제가 소개됐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에어컨 틀고 긴소매 입는 한국… 1인당 에너지 일(日)보다 30% 더 쓴다>(2009년 6월 27일), <[사설]전기 과소비 체질 이대로 두면 큰 탈 부른다>(2012년 6월 11일) 등의 기사와 사설이 소개됐다. 조선일보는 2012년 사설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전력 소비는 80%나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3배 오르는 사이 전기 요금은 15%밖에 오르지 않아 불요불급한 전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 상황에서 절전 운동만으로 수요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기 요금을 전력 생산에 드는 연료비에 연동시키거나,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절전형 산업 구조 개편의 시동이 걸리고, 국민의 '전기 아껴 쓰기' 습관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2인 가구 덮친 탈원전 부메랑> 기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의 첫 번째 이유로 1~2인 가구에 대한 감면혜택 폐지를 들었지만, 이 역시 과거 조선일보 보도가 반박하고 있다. 2019년 5월 28일 조선일보 전수용 산업1부 차장은 칼럼 <여름 앞두고 진땀 나는 한전>에서 "'필수 사용 공제'도 누진제만큼 우리 사회의 바뀐 구조와 맞지 않는 전기 요금제 가운데 하나"라며 "전기 사용이 적은 가구에 월 최고 4000원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취약 가구 지원 대책이지만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가구까지 혜택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2009년 6월 8일 사설 <유가연동, 에너지 절약 경제구조 계기돼야>에서 "한국의 전력 요금은 일본의 60~70%,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전력과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올릴 필요는 있고, 이런 점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유가 등 연료비에 연동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옳다고 본다"고 했다. 2013년 8월 22일 기사의 제목은 <값싼 전기료 시대 끝난다… 연료비 오르면 요금인상>이었다. 같은 날 기사<정치논리에 왜곡됐던 전기료, 40년 만에 교정>에서는 "그간 전기요금을 결정해 온 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였다"면서 "누진제 완화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그간 왜곡됐던 전기요금 구조를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 발언을 담았다. 

보수언론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했다.

한겨레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던 과거 보수정권이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한 배경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있었다는 점을 2009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통해 제시,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기사와 사설로 열심히 썼던 바로 그 내용"이라고 했다. 이들 보수언론은 현 정부 들어 한국전력의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발전비 상승으로 적자가 발생했다는 산자부, 한국전력측 공식입장이 반복됐지만 보수언론은 '탈원전 적자' 보도를 이어갔다.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2조원 이상 흑자를 기록, 1~3분기 누적 흑자 3조원을 돌파했다. 유가 하락으로 전력 구매비와 발전 자회사 연료비 감소(2조 5637억원)가 한전 흑자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이번 요금체계 개편을 다룬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어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 요금은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원가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탈원전과 무관하며, 요금인상을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산자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급등 전망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해외 주요기관은 '21년도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22년 이후의 국제유가는 현재 시점에서 전망하기 어려운바, '22년에 전기요금 인상여부 또는 그 수준을 예단하기 곤란하며, 정부의 유보권한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활용해 급격한 인상은 적극 방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비한 전기요금 개편내용이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던 내용보다 후퇴했고, 시기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 <기후변화 대비한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 개편, 만시지탄이다>에서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발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해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합당한 전기료 지불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일부에서는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며 원자력발전을 지키자고 하는데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그보다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혁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한겨레 18일 기사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반영 폭 적어 취지 무색>에서 "전기요금이 유가처럼 자동 조정되는 구조로 만들어 요금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정치권의 개입까지 막으려는 것이 연동제의 핵심 취지"라며 "그런 취지가 실종돼 실망스럽다"고 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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