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부가 440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은 늦장 대응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백신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안정성의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세계 최초인 영국 백신 접종 사례와 비교해 늦었다는 지적이 코로나 백신 보도의 전부로 판단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9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40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총 4개의 제약회사에서 확보했다”며 “최종 계약을 완료한 것도 있고 구매 확약이라고 해서 강제력 있는 계약사항까지 들어간 곳도 있다”고 밝혔다.

1인 당 2회 맞아야 하는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1000만 명분)은 계약단계까지, 화이자 2000만 회분 (1000만 명분), 얀센 400만 회분(4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회분(1000만 명), 코벡스 1000만 명분은 구매 확약까지 간 상태다.

4000만 명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88%에 해당한다.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손 대변인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총인구의 50~60%까지만 접종하면 면역 자체는 억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구 전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이 타당한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한 부분들은 현재 2상에서 3상까지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있는 곳에 대한 1차 구매분으로, 앞으로 개발되는 백신 중 좋은 백신이 나오면 추가 계약도 추진한다는 방침이기에 확보한 물량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이 실패할 위험성을 고려해 다양한 회사의 백신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신 대변인은 “통상 백신의 안전성 검증개발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해서 검증했다. 특히 백신은 증상 있는 소수의 환자에게만 투여하는 게 아닌 전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하기에 실제 접종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분산해놓고 상황에 따라 백신을 조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백신 공급 시기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내년 2~3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다른 제조사 백신은 아직 확약단계가 아니라 언제까지 공급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이를 감안해 예방접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 순서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노인계층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일반인들은 언제쯤 맞을 수 있냐는 질문에 손 대변인은 “한꺼번에 몇천만 명의 백신을 투입하는 것이 접종 행정 체계상에 굉장히 부담이 크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놓친 가능성도 있다”며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맞춰나가기 시작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됐을 때 치명률이 높아지는 대상과 코로나19를 잘 전파시킬 수 있는 집단에 최우선적으로 접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국민의 60~70%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보니 통상적인 백신 제조 안전 과정보다는 단축해서 들어가고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노력하고 있지만, 백신 외에는 다른 방책 자체가 거의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에서 백신을 무료로 공급할 예정이며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 역시 국가가 맡기로 했다.

시계방향으로 9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의 백신 관련 기사

정부의 백신 확보 발표 다음날인 9일 주요 일간지는 1, 2면에 백신 확보 소식을 전했다. 특히 보수 언론은 정부의 늦장 대응이라고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코로나 343일만에 일반인 접종…우리정부는 “4400만 명분 확보 계획” 이제야 예약>보도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과 비교하며 “언제부터 어떤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진 2, 3면에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조기도입에 대해 자신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정부가 백신 구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한국, 빨라야 내년 2~3월 접종…구매 계약은 1000만명분이 전부>, <英·獨·日은 전국민 무료…한국은 취약층 등 3600만명 무료>, <약효 지속기간 몰라…독감처럼 매년 맞아야 할 수도> 등이다.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은 백신 접종 시작했는데 우리는 "백신 확보에 1년"이라니>라는 제목으로 "1000만명분만 겨우 체결한 상황인데도 '천천히 접종'을 '정부 전략'이라고 말장난을 한다.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썼다. 또한 "정부 계획대로 4400만명 백신을 확보해 국민 접종을 하더라도 집단 면역 시점은 이 국가들보다 상당 기간 늦어질 수 있다"며 "백신 확보도 못 한 우리 정부는 오늘도 'K방역' 자랑이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1면 <백신 언제 맞을지, 한국선 아직 모른다> 기사에서 “정부가 백신을 선구매했다고 해도 접종받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도입시기도, 접종 시기도 다 불투명하다”며 “각국 정부가 지난봄부터 백신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제약사와 앞다퉈 협상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느긋한 입장을 취해온 탓”이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9일자 사설

<영국 백신 접종 시작한 날, 한국은 "내년 도입">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 정부의 백신 확보 행정이 얼마나 느린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 확산 차단에 실패하고 백신 확보도 턱없이 느리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백신을 실제로 맞을 때까지 우리 국민은 몇 차례 더 코로나19 대유행의 파도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2면 <백신 1000만명분만 제대로 확보…나머지는 도입시기 못정해> 보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3개사 백신 도입 시기는 불확실하며 공급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나머지 제품에 대해 ‘계산하기 전 장바구니에 담아 놓기만 했다’라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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