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 논의를 국회에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환영한다며 "입법으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경제지는 재계 우려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25일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개편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발표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이사진의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25일 '공공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사노위는 합의문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노동이사제 도입 이전엔 노사합의에 따라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이사회 의장 허가 시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경사노위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사를 비상임이사에 선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노조추천이사제'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26일 환영 논평을 통해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 전 단계 격으로 노조의 추천을 받은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노사가 합의하면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노동대변인은 "이제 입법의 시간"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참여형 거버넌스가 입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 김경협 의원, 김주영 의원 등이 발의한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박주민 의원 법안은 공기업 등에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2명 이상 두어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경협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공기업 '비상임 이사' 중 노조추천 이사를 1명 이상 포함하도록 한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상장기업 사외이사 중 한 명을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는 인물로 선임토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했다. 노동이사제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관련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보수·경제지는 노동이사제의 의미를 짚는 대신 재계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력하면서 사실상 원색적인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26일 기사 <노동이사제 도입 첫 단추… 재계선 우려>에서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경제계는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의 이번 합의가 노동이사제 민간 도입의 '신호탄'이 될지 우려하고 있다"며 "이미 국내 노사관계는 노조 측에 힘이 많이 실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 대기업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기업 관계자는 "이사회까지 노조가 장악하면 노사 갈등이 상시로 벌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노동계 지지를 받은 노동이사가 회사의 기본 경영 방향과 사사건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조선·동아일보 11월 26일 지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기사 <경사노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합의>에서 "경영계는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된 뒤 민간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등 강성 노조가 있는 국내 상황에서는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기사 <노동이사제 입법화… 노조에 기운 경사노위>에서 "경사노위가 경영 현장에 혼란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화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합의했다"며 "경사노위의 정책 건의 방향은 노동계로 기울어졌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기업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과도한 경영 간섭이 우려된다"며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본연의 공익성과 노조가 추구하는 이익집단적 성격이 충돌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공기관 개혁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밖에 <공기업부터 노동이사제 도입 압박… 한전·기업은행 '0순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정부, 노조 요구대로 합의>(매일경제), <노동자 경영참여 보장… 재계 "주주권한·경영권 침해" 반발>(파이낸셜뉴스), <직무급제 미루고, 노동이사제는 도입…노조 손만 들어준 경사노위>(한국경제) 등의 재계입장 중심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한겨레는 26일 사설 <타협의 가치 인증한 '노동이사제·직무급제' 합의>에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와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의 개편 등 노사 간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사회적 과제에 정부·노동계·전문가 등 세 주체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총평했다.

한겨레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제도"라며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부문 도입이 법으로 의무화 돼 성과를 거두면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도 머지않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겨레는 "사회적 합의기구는 경영계의 팔목을 비트는 기구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번 합의에 반대만 해서는 경영계로서도 얻는 게 없을 것이다. 미래를 설계할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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