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직무배제 사유 중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검찰부서의 판사 사찰이냐, 공소 전략을 짜기 위한 관행이냐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언론 한편에서는 진상규명이 우선시 되고 있다.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법무부가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윤 총장에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주장을 폈다.

추 장관은 24일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를 불법사찰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해당 판사와 관련해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했고, 윤 총장이 이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 수집 부서로 판사 개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검찰에 공유하는 부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법적 권한이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관리하는 행위를 '불법사찰'로 정의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검찰이 판사 성향 파악에 활용했는지 여부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에 대해 비판적인 법관들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용도로 활용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26일 한국일보는 사설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 철저한 규명 필요하다>에서 "이는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현 정권 인사들이 기소된 재판에서 판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통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와 대조했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검사는 25일 '조국 사건 담당 판사가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부의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의미'라고 했지만 리스트 확보 및 활용 여부 등이 밝혀지지 않는 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검사는 '법조인대관과 언론 기사, 구글과 포털 검색을 통해 수집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고, 이는 정상적 업무수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판 검사 지휘 부서가 아닌, 범죄정보 수집이 주임무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판사 성향을 파악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것이 해당 부서의 통상 업무인지, 관행적 업무라면 언제부터 왜 그런 활동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2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제가 이 자료를 작성한 의도는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건 공판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고 했다.

성 부장검사는 "저는 일선 공판부에서 근무할 때도 공판검사가 교체되거나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면, 공소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재판부의 특성을 정리해 후임자에게 전달해왔다"며 "그런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총장의 감찰사유가 되고 징계사유가 되는 현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법원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정보수집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는 같은날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부장판사는 "얼마나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라며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김광준 주사는 '코트넷' 글에서 "검찰의 정보 수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인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법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검찰의 '법관 사찰' 의혹, 신속한 규명 필요하다>에서 "보고서를 재판 담당 검사가 아닌 대검찰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작성·공유했다는 점, 이를 전달받은 부서가 내사와 수사까지 담당하는 부서라는 점 등도 의도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라며 "결국 판사 관련 정보 수집이 정상적인 검찰 업무에 속하는지, 적법한 수단과 법위 내에서 수집된 것인지, 이를 통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등이 불법 사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대검 감찰부가 이날 보고서를 만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 장관 발표가 나온 뒤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앞뒤가 바뀐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든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현 사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 촉구에 무게를 뒀다. 경향신문은 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할 때다>에서 "법무부·대검감찰부가 조사하고 판단했을 윤 총장의 8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 추 장관은 제목·개요 외에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법관 사찰 의혹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윤 총장이 정치 참여 뜻을 시사하며 자초한 정치적 중립 논란은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반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과연 직무배제할 정도인지 따질 사유들도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1년 4개월 전 윤 총장을 검찰총수로 세웠던 문 대통령이 그때와 다른 판단을 내린 배경을 이 혼란 속에서 시민들은 직접 들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검찰측 입장을 대변하는데 집중하고, 법무부의 절차적 문제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추미애의 억지와 궤변, 법치가 무너진다>에서 "검찰이 주요 사건 공판에 대비해 담당 재판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은 과거에 법원행정처가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물의 야기 법관' 자료를 검찰이 조 전 장관 관련 재판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윤 총장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다른 사건과 혼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추 장관이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국정조사로 한술 더 뜬 與, 秋 직권남용까지 다 조사하라>에서 "법무부조차 이 문건 작성자를 조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진상도 파악되기 전에 여권이 '사찰' 프레임으로 낙인찍기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의 판사 사찰 주장은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이른바 '주요 사건 재판부 문건'의 작성자인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은 '법조인대관과 언론 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파악한 것이며 일부는 공판 담당검사들에게 해당 재판부가 과거에 어떤 재판을 했는지 알아본 정도'라고 해명했다"고 검찰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기사<與·일부 법관들 "윤석열의 판사사찰 충격적" 보고서 쓴 검사 "구글 검색… 규정대로 작성>에서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판사 사찰' 카드로 법원을 자극해 향후 직무 집행 정지 소송에서 윤 총장의 패소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 <더 이상 秋 뒤에 숨지 말고 文은 직접 尹 경질하고 책임지라>에서 윤 총장 징계청구·직무배제 사유에 대해 "모두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사 사주 접촉은 기관장으로서 식사를 한 것에 불과하고 재판부 사찰이라고 한 것은 대검이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비해 공개된 정보를 알아본 것"이라며 "통상적인 정보 수집을 '사찰'로 몰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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