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한 것과 관련해 주요 신문사들이 '총장 직무배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사주 문제가 걸린 중앙일보는 2면에 “추, JTBC 문제 엮었지만 이미 기소된 뒤라 앞뒤 안 맞아”를 배치했다. 반면 한겨레는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썼다.

추 장관이 제시한 직무정지 사유는 크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사건 재판부 사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만남 ▲검언 유착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방해 및 언론과 정보 거래 ▲법무부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이다. 이 중 재판부 사찰·언론과의 정보 거래 의혹은 처음 제기된 것이다. 또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JTBC ‘태블릿PC 보도'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만난 것은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무정지 사유에서 윤 총장과 조선일보 사주 방상훈 사주의 회동은 제외됐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검찰총장과 언론사 사주 만남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의혹 차단에 나섰다.

조선·동아·중앙·경향·한국 등 주요 신문사는 25일 사설을 통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아래는 신문사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 <더 이상 秋 뒤에 숨지 말고 文은 직접 尹 경질하고 책임지라>
동아일보 <얼기설기 혐의로 檢총장 직무배제… 한번도 경험 못한 정권>
중앙일보 <윤석열 직무배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부당하다>
경향신문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한국일보 <헌정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로 파국 맞은 秋·尹>

조선일보 <더 이상 秋 뒤에 숨지 말고 文은 직접 尹 경질하고 책임지라>, 동아일보 <얼기설기 혐의로 檢총장 직무배제… 한번도 경험 못한 정권> 사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24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배제 발표 직전 보고를 받았지만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추 장관이 문 대통령 지시나 묵인 없이 독단적으로 한 윤 총장 공격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면서 “윤 총장 불법 감찰 역시 문 대통령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을 쫓아내고 정권 비리를 덮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윤 총장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추 장관”이라고 했다.

이번 직무배제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 총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언론사 사주(홍석현) 접촉은 기관장으로서 식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사건 위증 의혹은 모두 사기꾼들이 제기한 것이다. 이들 사건 자체가 조작된 허위”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혐의 6가지를 조목조목 열거했는데 그 내용이 이미 알려졌던 내용을 중대한 비리처럼 규정하거나 추 장관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온 것을 얼기설기 엮은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홍석현과) 만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중요한데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채널A 관련 의혹에 대해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했다는 주장도 당시 언론과 국민이 다 지켜봤던 내용”이라면서 “팩트로 남을 수 있는 징계 혐의는 지난주 윤 총장의 감찰 조사 불응뿐”이라고 썼다.

중앙일보 2면 <“추, JTBC 문제 엮었지만 이미 기소된 뒤라 앞뒤 안맞아”>

중앙일보는 “무도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며 권력의 횡포가 경악스럽기도 하다”면서 “대통령이 사실상 (윤 총장 직무배제를)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정부와 여당에도 엄정한 수사를 해 달라고 말했는데 윤 총장은 그 당부에 충실히 따른 죄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는 이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권력의 전횡을 막고 법치주의를 지킬 현명한 결정을 사법부에 기대한다. 더는 상식이 무너지고 비이성적인 언행이 난무하는 나라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일보는 2면 <“추, JTBC 문제 엮었지만 이미 기소된 뒤라 앞뒤 안맞아”>에서 홍석현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 입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대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사건들을 갖다 붙인 것”이라면서 “삼성으로 엮자니 관계가 너무 멀고, 결국 직접 관련 사안으로 생각되는 JTBC 문제를 엮었는데 이미 기소한 뒤라 앞뒤가 안 맞아버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경향신문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경향신문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언론사 사주와 따로 만난 것, 총장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것, 특정 재판부에 대한 정보수집을 묵인하고 활용한 것 등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면서 “하지만 현시점에서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정보를 외부에 알렸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유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을 했다’고도 했는데, 전후 맥락을 보면 재판에 대비한 기초적인 정보수집 정도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 “윤 총장이 불응했다고 기다렸다는 듯 직무를 배제한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 든다. 경위를 떠나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활용해 현직 총장을 직무배제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게 분명하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양측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등을 밀어붙인 것은 결국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멀어진 윤 총장에게 현 정권이 공식 사퇴를 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 “두 사람이 ‘검찰 개혁’이나 ‘검찰의 정치적 독립’ 같은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해도 공직자 신분으로서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일말의 노력은커녕 극단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상황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 데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특히 두 사람은 엄중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법무·검찰의 수장임에도 국가 사법체계의 권위와 명예를 짓밟음으로써 스스로 자격 미달임을 드러내고 말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하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두 사람을 모두 사퇴시켜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사설

반면 한겨레는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사설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사안들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징계 청구 사유들을 내놓은 만큼,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법관들을 ‘불법 사찰’ 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내용일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 재판부 사찰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홍석현 회장 회동에 대해 “홍 회장이 사건 관계인 위치였다면 검사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관련 사건이 어떤 것이었고 만남의 성격이 어땠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도 법적 대응만 강조할 게 아니라 상세한 소명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정치적 평가보다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의 막중함을 고려할 때 제기된 혐의들의 진상 확인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추 장관의 조처가 합당한지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총장 관련 국정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낙연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혐의가 충격적”이라며 “당에서 국정조사 추진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총장을 향해 “검찰 이해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조폭 집단폭행”이라며 직무배제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 혐의에 충격 실망이라고 했는데, 이런 일로 실망한다는 이낙연 대표에게 충격 실망”이라면서 “이것을 묵인하고 어찌보면 즐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라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울산사건 및 조국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 밖의 감찰 결과는 기존에 거론됐던 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이다.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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