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18일 ‘프로듀스’ 시리즈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투표조작 피해를 입은 연습생 실명이 공개됐다. 이쯤 되면 내달 7일로 예고된 아이즈원의 컴백은 여론 추이를 보며 유예하거나 중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CJ ENM은 아이즈원의 활동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컴백을 강행하고 MAMA 무대에도 올리겠다는 것. 아이즈원의 컴백이 그토록 자신이 있었다면 아이즈원의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을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판결문을 통해 피해 연습생의 실명이 공개된 직후 비공개로 처리됐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CI

아이즈원의 컴백 강행은 엑스원의 해체 당시와는 정반대 행보다.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논란 파문이 거세지자 엑스원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체해야만 했다. 당시 아이즈원도 컴백 쇼케이스를 취소하고 활동을 잠정중단을 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눈치를 보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작년 말,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공언했다. 투표 조작으로 데뷔에서 탈락한 연습생에게 개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CJ ENM은 비난을 자초했다.

허민회 대표이사의 발언과는 달리, CJ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 연습생이 소속된 기획사 여러 곳에서 "(피해자 보상을 위한) 협의는커녕 연락도 못 받았다" 또는 "보상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점은 CJ ENM의 보상이 1년이 다 되도록 진척되지 않았단 걸 뜻한다.

CJ ENM이 비판받을 또 하나 이유는 MAMA에 워너원을 출연시키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워너원 무대만 필요하다. 그룹(또는 솔로) 무대는 논의할 수 없다"는 MAMA 제작진의 태도는, 워너원 멤버 각 소속사의 연말 활동계획은 무시한 채 MAMA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과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워너원 멤버 각 소속사의 수익과 관련한 일정은 접어둔 채 MAMA 무대를 위해 모이고 연습해야 하지만 이들이 모두 모여 리허설을 하는 무대 연습은 전무한 상태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CJ는 그동안 문화를 만들고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되는 동안 ‘프로듀스’ 투표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한 보상은 미비하고, 피해 연습생 명단이 공개된 와중에 아이즈원 컴백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에 워너원 멤버들을 차출해 MAMA 무대에 올리겠다는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CJ를 ‘문화 선도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조작에서 파생된 각종 논란으로 말미암아 1년 이상 K팝의 신기원이 아닌, ‘K팝의 흑역사’를 기록 중이다. 지금 CJ는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스스로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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