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사실상 전면 백지화면서 언론 전반에서 정치 논리에 따라 국책사업이 뒤집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전면 백지화를 주문했다. 검증위는 활주로 신설 시 산을 깎을 때 지자체(부산시)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를 하지 않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법제처 유권해석과 환경적 피해 등을 재검토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4년 전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전문기관(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겨 결론내고,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한 정부안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근거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증위 발표 이전부터 가덕도신공항을 띄워왔다는 점에서 검증위 발표는 시기적으로도 정치적 의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검증위 발표 직후 곧바로 환영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듯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동시에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시사했다.

이에 18일 언론은 소위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흔들리는 상황을 질타했다. 가덕도신공항은 경제성과 환경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김해신공항에 비해 뒤떨어질 뿐더러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관련 기사·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나쁜 선례 남긴 여권의 김해신공항 '정치논리' 뒤집기>
한겨레 <또 정치논리로 오락가락하는 영남권 신공항>
한국일보 <선거용 아니라더니 벌써부터 '가덕도특별법'인가>
서울신문 <김해 신공항 백지화, 선거 앞두고 국민 동의 얻겠나>
조선일보 <돈 너무 들어 경제성 없는 가덕도, 그래서 표 얻기 더 좋다니>
동아일보 <김해신공항 백지화… 뒤집힌 백년대계, 추락한 정책신뢰>

경향신문은 "김해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되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동남권 신공항 정책은 4개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매번 뒤바뀌는 꼴이 된다"며 "이렇게 정치논리로 국책사업을 뒤집는다면 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 민주당의 이번 가덕도신공항 밀어붙이기는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대구·경북 지역은 이날 가덕도신공항안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타올랐던 지역갈등이 재점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검증위 발표와 함께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정치권 여야의 태도를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검증위 발표 직후 환영입장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예고한 민주당에 대해 이러고도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민심을 잡기 위해 결론을 정해두고 검증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국민의힘도 선거를 의식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특별법 제정에 이미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정치 논리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번복한 나쁜 선례가 두고두고 여파를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파리 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용역 계약을 해 평가했는데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김해 신공항이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은 3위에 머물렀다"며 "김해공항 확장 비용은 4조원대인 데 반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은 10조원대이고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로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공항 접근성도 김해 신공항이 가덕도 신공항보다 훨씬 뛰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에 신공항 후보지로서 3위 판정을 받았던 가덕도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보궐선거용 최적 카드로 선택됐다"며 "지역에 국민 세금이 많이 퍼부어지니 지역민들이 더 좋아할 것이란 계산이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는 사실이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동아일보는 "검증위가 지적한 공항 확장성 등 내용들은 4년 전 다 검토된 내용이다. 특히 주변 산악 지대로 인한 안전 문제의 경우 '신설 활주로를 북서 40도 방향으로 틀어 기존 2개 활주로와 V자가 되게 건설하면 된다'는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면서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후대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백년대계 국책 사업을 표 계산으로만 결정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여야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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