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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직 9개월' 중징계 국민청원 사연

기사승인 2020.11.19  1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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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보조금 방만 사용 지적 후 징계"…연합뉴스측 "보복성 징계 아니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 연합뉴스 직원이 '정직 9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직원은 정부 보조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게 이후 보복성 징계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지적한 문제가 연합뉴스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국가기관 뉴스통신사 ****를 바로 잡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국고지원 **** ***** 인프라 구축사업 부실화를 지적하고 회사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청원글에서 '연합뉴스' '미디어융합' 등의 표기는 국민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숨김처리 돼 있다. 

청원인은 국고가 지원된 연합뉴스 인프라 구축사업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고, 자신이 이를 보고해 공식감사 결과 실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 회사는 자신에게 '9개월 정직' 중징계로 대응했다고 청원인은 밝혔다. 청원인은 연합뉴스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의 문제점으로 ▲개발 시스템 일부 기능 누락 ▲단종기기 납품에 따른 저장장치 용량증설 불가 ▲일부 사업 솔루션 방치 등을 열거하며 "국고가 방만하게 사용되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내부에서 바로잡을 수 없었기에 자괴감이 든다. 무엇이든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 언론사가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감출 이유는 더욱 없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기관 뉴스통신사 ****를 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청원인을 만나 자세한 사건 경위를 들었다. 청원인은 연합뉴스 미디어기술국 직원 A 씨로 2018년 '연합뉴스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의 문제점을 취합해 상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180억 원 규모다. 연합뉴스 콘텐츠관리시스템(CMS) 개발, 뉴스 저장장치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됐다. 사업비용은 문체부(120억원)와 연합뉴스(60억원)가 분담했다. 문체부 측은 해당 사업에 투입된 정부 보조금이 연 300억원 가량 연합뉴스에 지급되는 이른바 '정부 구독료'와는 별도로 지원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체부측은 해당 사업에서 발생했다는 문제점에 대해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A 씨가 문제점을 상부에 보고하고 사내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내부 공론화 한 시점은 2018년 3월경이다. 당시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은 A 씨의 게시글에 "모든 구성원이 함께 생각하고, 알아야 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는 사심없이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회사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A 씨는 "계속하여 관련자료를 뒤지고 정리하여 그간 은폐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올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해당 사업에 대한 연합뉴스의 특별감사가 시작돼 2018년 11월, 연합뉴스 감사실이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 심층감사 보고서'를 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 씨는 감사실로부터 감사보고서를 받아 본 결과 감사보고서에 실제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의 문제점이 적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감사보고서는 발표되지 않았고, 공식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자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이뤄졌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우선 2018년 7월경 자신에 대한 업무능력과 징계여부를 묻는 미디어기술국 차원의 설문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사내게시판에 "제가 제기한 문제에 상무께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설문조사가 미디어기술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악하고 놀라울 따름"이라며 "저에 대한 업무능력과 징계 여부를 묻는 O, X식 설문조사다. 미리 예단하여 징계절차를 밟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A 씨는 "미디어기술국 감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의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라며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끝을 보고 있는 것인가. 한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고 살아온 근간을 흔드는 위법행위를 당장 중지시켜 주시길 요청한다"고 썼다. A 씨는 당시 해당 게시글을 내리라는 상부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2018년 11월 공식 감사보고서가 나온 후 A 씨는 사장-사원과의 대화, 사내게시판 등을 통해 감사보고서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미디어기술국에서 대기발령, 승호제한, 직장 내 따돌림 등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미디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해당 감사보고서에 대한 연합뉴스 측의 우려가 드러난다. 2018년 12월 14일 연합뉴스 기획지원팀은 일부 임직원들에게 '감사보고서 공개 관련'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일 15시경 OOO 기획조정 부실장께서 감사보고서 공개와 관련된 우려를 아래와 같이 전달하셨습니다.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 외부에 노출될 것이고 이게 경쟁사에 들어가거나 문체부 등에 알려지면 회사가 흔들릴 것이다.
-문체부 등 공조직에서는 이러한 건은 감사를 의뢰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회사가 흔들리고 향후 공적자금(구독비)에 영향을 미친다. 
-감사의 결과가 어떻든간에 내부에서 마무리를 지어 외부유출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우려를 실무부서에서 경영진에 보고를 해달라."

승호제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사내게시판을 통해 호소해 온 A 씨는 올해 8월 말 해당 감사보고서를 사내게시판에 게재했다. 연합뉴스는 9월 초 해당 게시물을 강제 삭제했다.

A씨는 올해 9월 28일 연합뉴스로부터 '정직 9개월' 징계를 확정받았다. 인사위원회와 재심을 거쳐 징계수위가 확정됐다. 최초 인사위가 결정한 징계 수위는 '정직 12개월'이었다. 연합뉴스는 2012년 파업 당시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위원장을 상대로 '정직 1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가 재심을 통해 '정직 6개월'로 감경했다. A 씨에게 그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A 씨의 징계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연합뉴스는 A 씨 재심 인사위 징계 확정 통보서에서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 ▲직장질서 문란 ▲부서 내 불화 조성 ▲업무지시 거부 ▲승호제한 관련 부적절한 사내게시물 작성 등을 징계사유로 적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이라는 징계사유다. 2018년 12월 연합뉴스 기획지원팀이 발송한 메일은 이미 감사보고서가 회사 내 일부 임직원들에게 공유됐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A 씨는 감사보고서를 감사실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했다. 또한 A 씨는 감사보고서를 회사 외부로 유출한 것이 아니라 사내게시판에 게재했다. 무엇보다 해당 징계사유는 첫 번째 인사위원회 때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A 씨에 대한 징계절차 과정에서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회사측에 공문 형태의 의견을 제출했다. 회사가 제시한 A 씨 징계사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감사보고서 유출'이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던 첫 인사위 과정에서 연합뉴스지부는 공문에 "이번 인사위는 명확하고 적절한 징계 사유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와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유가 불명확·부적절하거나, 객관적인 증거가 결여된 상황에서 징계가 이뤄지면 안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각 징계사유에 대한 의견으로 ▲'부적절한 사내게시물 작성'과 관련한 논쟁의 여지 없는 기준을 반드시 제시할 것 ▲'모 부장대우 고소건'과 '부서원과 다툰 건', '사내게시판에 회의실 냄새 민원 제기 건'의 경우 이들 건이 과연 징계사유가 될만한 것인지부터 검토할 것 ▲'연합뉴스TV 컴플레인 건', '청소담당 용역업체 직원에 대한 폭언'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후 연합뉴스측은 인사위 재심 과정에서 '감사보고서 유출' 징계사유를 추가해 A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이에 연합뉴스지부는 재차 "A조합원은 감사보고서 사내게시판 게재가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제도개선과 회사발전을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판단에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인사위 결과가 사내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려 소통하는 문화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사측에 제출했다.

A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신고한 상태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권익위 조사관은 "신고가 들어와 검토 중이다. 비공개 문답서를 작성하기 위한 신고자 면담이 예정돼 있다"며 "신고자 진술을 바탕으로 문체부 등에 자료를 요청해 사건을 검토한 뒤 신고내용이 타당하면 수사기관, 감독기관 등에 신고서를 넘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18일 기준 권익위가 신고자 면담을 완료하고 문체부에 자료를 요청, 문체부는 자료를 준비 중이다.

A 씨는 "국민의 공적 자금이 방만하게 사용됐다. 저는 맡은 바 직무를 유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회사가 바로잡았으면 될 일이다. 그러지 못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사장의 말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저는 사장의 말을 믿고 건강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왜 내부적으로 바로잡지 않고, 외부로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고, 건강한 문제 제기자를 뭉갰나. 사장이 취임해 한 말의 뜻은 무엇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는 징계에 문제가 없고, A 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청원을 제기한 분이 A 씨인지 어떤지 모르겠다"며 "만약 청원자가 A 씨가 맞다면 그 분은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직장질서 문란, 부서 내 불화 조성, 업무지시 거부 등으로 회사로부터 정직 9개월을 받은 것이다. 징계에 대한 앙심을 품고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로 국민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연합뉴스는 "2017년 정기감사 때 인프라구축사업 내용도 감사했으며 이 때 일부 미비점을 파악함에 따라 사업의 효율적 진행과 유사 사업시 재발방지 등을 위해 2018년 7월 심층감사를 벌였다"며 "심층감사에 앞서 사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이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고, 이 과정에 청원자도 제보한 바 있지만 청원자 A씨가 보고해 감사해 착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청원자는 당시 인프라구축사업 업무에 직접 관여한 바 없으며, 사업내용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이에 따라 청원자가 제보한 대부분의 내용은 사내에 떠돌던 소문을 종합한 것으로 감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감사 결과 일부 관리소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금전과 관련된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는 "감사 이후 해당 국장과 부장, 담당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했고, 드러난 미비점과 문제점에 대해선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미 조치를 다 취해 당초 의도했던 미디어융합 인프라구축사업의 목적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합뉴스는 "감사보고서는 감사를 마친 뒤 해당업무 관계자에게 전달돼 시정조치토록 하고 유사사업 추진 시 재발방지토록 했다"며 "청원자에 대한 '9개월 정직' 사유는 내부고발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차원은 물론 미디어기술국 차원에서 A씨에게 '대기발령'을 조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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