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처리가 순탄할 것으로 보였던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안개 속에 빠졌다. 국정감사 기간 내 처리라는 여야 합의는 국민의힘 연기 요청으로 무산됐고, 추후 예정된 공청회는 여야 충돌로 국민의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28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4일 열리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공청회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가 불투명하다. 지난 23일 과방위 국정감사 마지막 날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의사진행발언 시간 문제를 두고 충돌하면서 그 여진이 이어지는 탓이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6일 박 간사에게 욕설과 막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박 간사는 27일 국정감사 파행의 책임은 이 위원장에게 있다며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의 대국민사죄를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왼쪽), 이원욱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과방위 여야는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0월 23일까지 법안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2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위원장은 "10월 23일까지 국감 이전에 상임위를 열어서 법안 소위와 상임위를 열어 통과시키자는 여야 간사와 저와의 합의 사항이 있었다"며 "인앱결제 수수료율 인상에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합의내용이 준수될 수 있도록 여야 간사에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측이 졸속입법의 우려가 있다며 처리 시기를 연기하면서 여야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여야 충돌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향후 이어질 입법과정 역시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짙다. 현재 과방위에 회부된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민주당 3건, 국민의힘 2건, 무소속 1건 등 총 6건이다. 이들 법안은 국회 병합심사를 통해 조율되는데 정보통신기술과 방송 분야를 다루는 과방위 법안심사 2소위원장이 박 간사다. 박 간사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방침 사태 초반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적극 대응에 앞장섰으나 23일 돌연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에 통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합의가 끝났다. 여당에서도 증인 채택과 관련해 양보나 협의가 없었다. 좀 더 시간을 갖자"고 태도를 뒤바꿨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 간사의 태도 전환 배경에는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과의 소통부재가 있었다. 과방위 여야 간사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처리 합의 당시 일종의 '절충안'까지 만들어 처리를 합의했으나 이런 내용이 여타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서 반발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박 간사는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침과 관련해 새로운 의견이 개진될 것은 사실상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들 법안 중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정도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의원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가 특정 앱마켓 사업자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앱마켓 사업자에게도 차별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앱마켓 사업자 선택의 자유가 사라지고, 각 앱마켓 별로 앱을 다르게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비용 발생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와 업계 입장은 충분히 제시되어 있고, 이 밖에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한 법적 규제 논의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병합심사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한 문제다. 여기에 구글이 일부 게임사들에게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게임업체 관계자 녹취록을 통해 제기된 상태다.

국회의 입법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신규 앱에 대해 내년 1월 20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다면 소급적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 홍정민 의원이 22일 국민의힘측에 "졸속처리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만 그 전에 시행령이 마련되려면 시간을 더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다.

구글은 지난달 말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결제는 의무적으로 구글의 내부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게임앱에만 30% 수수료를 적용해 온 구글이 일반앱(수수료 10%)에서도 30% 수수료를 걷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음악, 동영상, 웹툰 등 모든 앱에서 결제 금액의 30%는 구글이 가져가게 된다. 국내 사업자 수익 악화와 소비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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