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 내부에서 정치보도가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가 지난달 24일 발행한 노보에 9월 독립언론실천위원회 회의 결과가 담겼다. 독실위에는 경향신문 내 편집국 구성원들이 부서별로 참여한다.

노보에 따르면 독실위는 자사 정치보도의 균형성을 우려했다. 독실위는 7월 28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표결 강행 기사가 늦어진 이유부터 물었다. “7월 28일 시작된 여당의 상임위 표결 강행 등 독주 (관련)기사가 30일에서야 나갔다. 상황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틀을 허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7월 29일 <민주당, ‘부동산 3법’, 기재위 단독 처리…통합당 “의회 독재”>기사를 시작으로 30일 <거대여당 ‘입법 독주’에 속수무책…통합당 ‘장외투쟁’ 만지작>, 31일 <‘정권 비호’ 위한 다수당 독주, 협치 실종, 정치 불신만 초래>를 게재했다. 독실위는 이와관련해 “첫날 6매, 둘째 날은 정치면에 드라이하게, 셋째 날은 뉴스 분석으로 여당 비판성 기사가 나갔는데 관련 내용은 타매체에서 다 보도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국장단은 “여당이 수적 우위를 처음 확인시킨 상임위(기재위)의 ‘부동산 3법 단독 처리’를 여당의 처리 과정과 야당의 반발로 구성해 상황을 전달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여당 내 비판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타매체에서 다 보도한 내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뉴스분석’의 취지는 폭주하는 여당의 국회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면서 견제와 대안 없는 야당의 대응 방식도 함께 지적했다. 이런 입법 처리 과정이 반복된다면 21대 거여국회에선 정치적 후퇴가 우려되는 만큼 여당이 먼저 협치의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며 “보수지들의 접근과는 차별화되는 것이었다고 평가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 독실위 위원들이 지난 9월 7일 본사 5층 여적향에서 국장단과의 서면간담회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

독실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언 논란이나, 그의 아들 병역 문제 관련 보도 역시 균형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했다.

또한 “경향신문 정치기사는 지나치게 ‘정치권 비판’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여권 실책 기사를 다룰 때 빈번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이들은 여당과 야당의 잘못이 있을 때 여야를 싸잡아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식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한과 책임을 가진 여당의 실책에 더 예민하고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한 감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독실위는 “원칙을 무시한 민주당의 법안(거수, 기립)표결, 부동산 문제, 방역 문제를 정치권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여당이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었다”며 “정권이 바뀌고 같은 일이 벌어져도 이 정도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갖추는 데 신문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장단은 경향신문 정치 보도가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민주당 등 집권세력의 국정 운영 방식을 일방적으로 배려할 생각은 없고 국민의힘이 여당의 절반인 소수 야당이라고 해서 감쌀 이유도 없다. 이런 점을 항상 유념하고 기사 출고 과정에서 작성 의도와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길 수 있도록 제목 상에서도 적확한 표현이 이뤄지도록 유의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을 다룬 보도와 관련해 “스트레이트 기사 대응에서 한발 뒤처지긴 했지만 ‘추미애 아들 파장 커진다’(9월 3일 6면 톱)등 사안을 가볍게 보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팩트 발굴에 미진했다는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독실위는 7월 30일 정치권에서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안에 대한 후속 보도가 미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장단은 “발표 당일 검찰·경찰·국정원 등 기관별로 달라질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튿날 ‘커진 경찰 권력 견제’ 문제를 지적하며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정치부·사회부 종합 기사로 처리했다”면서도 “주요 현안 발표에 대해선 당일부터 핵심적 내용 소개는 물론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이슈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도 이러한 정치 편향성 논란을 안고 있다. 칼럼 ‘말 거는 한겨레’를 연재 중인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은 8월 26일 <진영언론이란 형용모순>에서 비슷한 문제 의식을 제기했다.

이 실장은 “부동한 정책 실패 등 악재로 문재인 정부가 ‘민심의 경고’를 받아든 8월 한겨레는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몇 차례 했다”며 “총선 압승 4개월 만에 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덜미를 잡힌 비상한 상황을 반영한 보도였지만, 일부 독자는 불편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겨레의 여권 비판은 독자의 항의를 무릅써야 하는 일이 됐다”고 기술했다.

이 실장은 “한겨레는 최근 ‘세금폭탄’, ‘통계 조작’ 같은 오도된 프레임으로 정부를 매도하는 일부 보수, 경제지도 줄곧 비판해 왔다”며 “이런 비판은 내 편 네 편을 따져서 나온 것이 아니며, 정부 여당을 단지 이롭게 하자는 것일 리도 없다. ‘한겨레의 진짜 문제는 너무 정파적인 것’이란 정반대의 비판도 무겁게 새기며, 한겨레는 어렵더라도 진보 정론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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