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인지역 지상파 OBS가 경영위기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OBS는 구체적인 인력감축·임금삭감안까지 내놨다. OBS 개국을 함께했던 인사들은 무력감을 호소하며 회사를 떠나고 있다.

OBS는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OBS 경영위기'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발송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OBS는 적자 누적을 이유로 현재 195명의 인원을 167명으로 감축하겠다는 '1단계 A안'을 제시했다. 이번 달 1일 기준으로 OBS 현재인원은 정규직 172명, 비정규직 15명, 용역직 8명이다. 'A안' 추진이 완료되면 정규직 160명, 비정규직 1명, 용역직 6명으로 인원이 감축된다. OBS 연말 경영상황에 따라 추가단계의 'B안'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OBS 사옥(OBS)

임금삭감폭은 10%다. OBS는 개국 이래 자본잠식 위기를 3차례의 임직원 급여 반납을 통해 극복해왔다며 올해 위기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 급여 10% 반납과 호봉 1년간 동결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OBS는 보도국 풀단 축소와 기자 지역재배치, 풀단에 배치된 오디오맨·운전기사 등 인력 감축, 자회사 설립 등의 인력조정 방안을 내놨다.

OBS는 이미 최근 7명의 희망퇴직을 확정했다. 이 중에는 OBS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이훈기 전 노조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OBS 전신인 iTV 시절부터 노조위원장을 총 여섯 번 역임하면서 OBS 개국에 구심점 역할을 해온 그는 지난해 IPTV3사와의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협상 성사를 주도해 회사 경영수지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년 5년을 남겨두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대주주(영안모자, 회장 백성학)의 반복적인 경영개입, 좌천성 인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OBS는 '경영위기'를 구조조정의 근거로 든다. OBS는 올해 적자가 37억원이 예상되고 있고, 지상파3사의 광고매출 급감 현상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사용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CPS 협상 타결로 11억원의 흑자를 낸 상황을 설명하거나 경영진의 책임을 언급하는 내용은 자료에 없었다.

OBS에서는 경영진이 향후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회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OBS는 직원 규모를 132명으로 줄이고 직원 임금을 15%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성희 OBS 사장은 근래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주주 백성학 회장이 회사 안보다 더 많은 인력감축과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백 회장은 OBS 외에도 영안모자 계열사인 대우버스(자일대우상용차), 자일자동차판매 등에 정리해고와 인력감축을 통보하고 있다.

16일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사무지회, 금속노련 자일자동차판매노조 등 3개 노조가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백성학 우량기업 파괴저지 공동투쟁단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는 22일 성명을 내어 경영진과 대주주에 경영위기 책임을 물었다. OBS 지부는 "OBS는 광고수입 외에 다른 수입은 아무것도 없는가? 결합판매 덕분에 광고 수입은 경영진의 능력과 관계없이 보장받고 있는데, 이 자료를 보면 경영국과 경영진은 도대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여러 차례 자본잠식의 경영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직원들의 급여반납이었음을 사측은 스스로 밝히고 있다. 도대체 경영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OBS지부는 "회사는 경영위기를 강조하면서 구조혁신을 하겠다며 직원들에게 희생을 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급여반납과 호봉동결이 왜 구조혁신인지 의문"이라며 "사측이 직원들에게 제시한 수익창출 방안에 진정 자신이 있다면 주주에게 먼저 투자를 받아와 보라. 코로나 위기 상황을 틈타 분노만 유발시키는 경영위기 설명 자료를 앞세워 또다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측에게 조합은 분명히 말한다. 더 이상의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는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요 조건 미이행 시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OBS에서는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백 회장 부자의 전언이 확산됐다. 백 회장 아들인 백정수 OBS 이사회 의장은 월례회의에서 경영실적에 따라 방송사업을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OBS는 방통위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2017년·2018년 시정명령액 138억원을 포함한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인천으로의 본사 이전, 최다액출자자의 30억원 자금대여 등을 이행하겠다고 각서를 제출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이 이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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