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가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인용했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음에도 직접인용부호인 큰따옴표를 사용해 문제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 의원 발언 부분을 작은따옴표로 수정했다.

9일 한겨레는 기사 <“카투사 자체가 편한 보직”…불길에 기름 붓는 여당 의원들>에서 이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인용했다. 한겨레는 이 의원이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처리 문제는 육군 규정도 미군 규정도 다 병립할 수 있는데, 흡사 (추 장관 아들)서씨 주장이 부정된 것처럼 보도된다고 말했다"고 썼다. 한겨레는 "이미 군 당국이 '카투사도 한·미 연합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의 육군 병력이라 육군 규정을 따른다'고 밝혔는데도 부정확한 정보로 추 장관 엄호에 나선 것"이라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님 맘대로 해석도 문제지만 직접인용 따옴표 함부로 붙이면 안되는 거 기사작성 기본 아닌가"라며 "기자님이야말로 부정확한 정보 책임지셔야 할 듯 싶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에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을 태그했다.

이 의원이 9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통화에서 한 발언은 "군의 해명도, 그리고 서 씨 측의 해명도 둘 다 병립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흡사 공식적인 발표에 의해서 서 씨 측의 주장이 부정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게 조금 안타깝습니다"이다. 한겨레는 기사의 큰따옴표를 간접인용부호인 작은따옴표로 수정했다.

11일 이 의원은 한겨레 측이 기자 실명 태그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론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슬그머니 기사는 수정해놓은 모양이다. 해당기자나 국회반장은 끝끝내 연락 한번 없었다"며 "느닷없이 정치부장이 어제 오후 외통위 법안소위 심사가 한창일 때 전화와 통화를 미루었더니 밤새 십여통 넘게 몰아치며 남겨진 부재중 전화, 사과는 고사하고 페북에 기자이름 내려달라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꼭두새벽부터 정치부장께서 우리 원내대표께 전화를 하셨단다. 아니, 지금은 2020년 21대 국회이다. 이 무슨 구태한 짓인가"라며 "명색이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 책임자의 이토록 구태한 일처리 방식에 할말을 잃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겨레 정치부장과의 문자, 통화기록을 공개하면서 한겨레에 공식사과와 조치를 요구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문자·통화기록

16일 한겨레 정치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 경위와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 정치부장은 "정치부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쓸 때 정치인의 발언은 매우 중요한 근거이다. 정치인의 발언을 정확히 전달하고 평가하는 것은 정치부 기자들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전체 논지에서 보면 본의를 왜곡한 것은 아니었으나 정확한 인용 방식은 아니라고 판단해, 이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10일 낮 간접 인용 방식으로 기사를 수정했다"고 했다.

정치부장은 "페이스북에 태그를 하게 되면 해당 기자의 이름을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태그 붙인 기자 이름만은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기자들에 대한 '온라인 좌표 찍기' 같은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저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이 의원과 취재원과 기자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터라 후배 기자가 직접 전화하는 것보다는 정치부장인 제가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후배 기자의 태깅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부장은 해당 태그가 이 의원 개인 페이스북에 게재된 만큼 이 의원과의 직접 통화를 요청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부장은 "후배 기자가 한시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선배의 입장에서 계속 전화를 걸었다"며 "이 의원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 저는 할 수 없이 10일 밤 9시 16분께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이 의원에게 전화를 좀 받도록 연락 드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부장은 "이 의원께 너무 많은 전화를 걸었던 것,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던 점은 이 의원이 불쾌해할 만한 일이었다. 논란이 이처럼 커진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한겨레에 애정을 가진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국회의원을 비롯해 취재원들의 발언을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7일 이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해 "사안 처음부터 그 글까지 기자, 국회 담당, 정치부장 누구하나 끝끝내 사과 한 번 없다"며 한겨레에 공식사과와 조치를 재차 촉구했다. 이 의원은 "우리 의원실은 공식적 방법의 문제제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 방법의 문제제기'의 구체적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이 의원실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한겨레 보도 내용이 인용부호 문제를 넘어 이 의원 발언 취지를 왜곡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본질은 큰따옴표 인용을 한다는 것은 실제적 워딩 자체를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YTN을 통해 원문이 나왔기 때문에 (한겨레가)이를 파악하고 썼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큰따옴표를 쓰는 것은 말 그대로를 쓰는 게 원칙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결국 문제는 따옴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기자가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따옴표 없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기자의 실명을 태그한 것과 향후 공식적 문제제기를 시사한 데 대해 최 교수는 "기자의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기명기사란 기자가 책임감 있게 기사를 써야 한다는 저널리즘적 룰이기도 한 만큼 무게감이 있는 것"이라며 "다만 (언론이)문제가 된 부분을 시인했다면 그 이상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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