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남매가 모두 희생을 선택했다. 해수는 동생과 그 가족을 위해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백희성의 칼을 받아들였다. 지원이 아니라고 부정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생인 현수 역시 아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

현수의 계획은 명확했다. 현수는 15년 만에 깨어난 악랄한 살인마의 덫에 걸려 도망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도망자를 자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가족. 그 가족을 위해서라면 현수는 자신이 살인마가 되어도, 그리고 죽어도 상관은 없었다.

앞서 등장했던 무진의 비디오카메라 속 내용이 드러났다. 현수 아버지인 도민석의 지하 작업실에 들어가 찍은 영상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민석과 자루에 갇혀 움직이는 그 무언가에 대한 공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민석은 고라니라고 했고, 어린 무진은 당연히 그렇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현장에서 자신도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포에 사로잡혔던 무진에게 그날의 기억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공포의 기억을 가진 무진에게 18년 전 사건은 강렬하게 각인됐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지원은 박순영 사망 사건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장소에 있던 공중전화 부스 앞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현수가 아닌 누군가 분명 존재했다. 이는 명확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CCTV는 확인했던 범인이 왜 차량 블랙박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을까?

청각 장애인인 박순영이 자신의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었다는 증거도 다시 확인해 보니 의문투성이였다. 벨을 눌렀다면 조명을 통해 장애인에게 전달되는 기구는 존재한다. 하지만 배달원은 당일 초인종이 아닌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어린아이가 많은 지역이라 초인종 누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그날 시켜 먹은 음식과 사망한 박순영의 위에서 발견된 내용물이 달랐다. 이는 사망 시간의 의문도 풀어줬다.

상황을 종합한 지원은 백희성이 범인이라 특정했다. 백희성이 깨어났고, 박순영을 죽였다. 그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어머니가 나섰다는 정황이 증명되는 셈이다. 습격을 당한 해수를 위해 범인을 잡겠다며 백만우의 집에 간 무진은 백희성이 범인이라는 지원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 주장하지만, 백만우와 공미자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방치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그저 공범일 뿐이다. 백만우의 집에 백희성은 없었다. 염상철을 만나기 위해 나간 백희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백희성을 끌어내기 위해 함정을 판 현수의 계획대로 그는 문제의 장소에 등장했다. 희성의 악랄함은 염상철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돈에 쥐약을 뿌렸다. 염상철의 습관을 알고 있었던 희성은 돈을 줄 생각 자체가 없었다.

돈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는 염상철의 습관을 파악해 돈에 쥐약을 뿌렸고, 습관대로 돈을 흔들어 냄새를 맡은 그는 그렇게 사망했다. 우리에 갇힌 정미숙만 데려가면 희성의 완승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뒤에는 도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범을 잡고 경찰에 신고해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현수는 정미숙과 약속했다. 그리고 정미숙에게 열쇠를 주며 스스로 나오고 싶을 때 나오라고 했다. 강압이 아닌 모든 결정권을 미숙에게 준 현수는 현명했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현수는 더는 감정이 없는 존재가 아니었다.

문제는 희성의 옷에서 나온 경찰 신분증이었다. 깨진 아크릴 속 사진은 지원이 맞았다. 그런 현수를 보고 자신이 지원을 죽였다며 자극하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은하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은 견딜 수 없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는다. 단순히 범인을 속이기 위해 지원이 죽은 것으로 위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자들을 염려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기로 했고, 지원은 현수가 건 전화도 받지 않았다.

경찰서에 전화를 한 후 현수는 분노했다. 위장된 상황에서 외부 전화에 사실을 밝혀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지원이 사망했다는 경찰의 말에 현수는 분노했다. 희성의 말이 진실이라 확신한 현수는 악마가 되기로 했다. 자신의 가족을 해친 희성을 절대 그냥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수가 어떤 존재인지 짧은 시간이지만 확인한 정미숙은 그가 살인마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백희성이 도망치도록 현수를 케이지 안에서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백희성이 도망친다고 해도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현수는 희성을 쫓아가며 그에게 상처를 내며 잔인한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라 요구하며 한 부위씩 칼로 찌르는 현수는 잔인했다.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고 싶은 마음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케이지에 홀로 남은 미숙은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대가 지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현수를 구해달라고 외쳤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지원은 벼랑 끝에서 희성을 죽이려는 현수를 발견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문제는 현수의 눈에 아버지가 보였던 점이다. 죽은 사람이 보이는 현수에게는 지원마저 유령처럼 다가왔다. 어렵게 지원에게 다가가 안는 순간 희성은 체포하려는 경찰을 제압하고 빼앗은 총으로 지원을 향해 쐈다. 순간적으로 현수는 지원을 감쌌고 그렇게 희성이 쏜 총은 현수가 맞았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현수. 하지만 그렇게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 예고편에서 법정에 선 현수의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예고편이 나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악의 꽃>은 클리셰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조였다. 법정에서 밝혀야만 하는 사안, 희성이 사망한 상태에서 진범을 찾는 과정은 지루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18년이라는 시간을 싸워야 했던 현수는 과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