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뉴스편집 외압 논란이 정치권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야당에선 민주당을 향해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드루킹 사건'을 윤 의원과 연계시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 의원에 주의를 당부했다.

9일 이낙연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 논란을 언급하며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제 우리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 한 포털매체에 관련된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며 "우리당 대표연설과 야당 대표연설을 불공정하게 다루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그 의원뿐만 아니라 몇몇 의원들이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겠다"면서 "원내대표가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네이버 출신으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이 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기사가 다음카카오 메인에 반영되자 관계자를 의원실로 불러들이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윤 의원실 보좌진은 SNS 메신저에서 다음카카오 사이트에 메인에 주 원내대표 연설 기사가 곧바로 메인에 반영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윤 의원은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썼다. 실제 윤 의원실은 다음카카카오측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는 민주당 차원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윤 의원이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이라는 점도 이해충돌 관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공적 권력의 엄중함을 잊은 행태에 개탄스러울 뿐이다. 포털서비스 업체 사장단이었던 인물이 직접 뉴스 편집 방향에 개입하려고 연락을 넣은 것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심각한 외압을 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의원의 이력을 언급하며 "뉴스포털, 뉴스편집, 포털규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기자 출신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거쳤던 분이 저런 문자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8일 국회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메신저 대화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윤 의원 논란을 정부여당의 '여론공작'으로 규정, 국정조사 추진과 윤 의원 상임위 사보임·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 일동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메라 렌즈에 찍힌 어제의 사진 한장은 우리의 시간을 40년전 신군부 언론통폐합을 통한 언론탄압이라는 무시무시한 독재의 시간으로 회귀시켰다"며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실체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드루킹 사건'까지 거론했다. 이들은 "김경수 드루킹 재판 당시 1심 판결에서는 네이버 임원 중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지사를 지칭하는 '바둑이'의 정보원이 하나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윤영찬'이라는 실명이 거명되지 않았지만 그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가 어제 본인 스스로 문 정권의 행적을 역사와 국민앞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야당일 때는 '드루킹', 여당일 때는 그냥 '킹'인가"라고 했다. 현재까지 드루킹 사건 재판에서 윤 의원 개입 정황이 나온 것은 없다.

논란은 포털사업자 규제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를 '포털뉴스 조작 방지법'이라고 지칭했다. 박 의원은 "뉴스 소비의 80% 이상이 포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포털은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며 "포털을 법 적용에 포함시켜 언론사와의 형평성 및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해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제안이유를 들었다.

윤 의원은 이낙연 대표 연설과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 관련 기사 노출에 대해 포털 뉴스편집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경위를 알아보고자 했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이 뉴스편집 문제로 포털사업자를 소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털 뉴스편집은 공식적으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전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7일 이낙연 대표 연설 관련 기사는 다음카카오 홈페이지 메인에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윤영찬 네이버 이사(오른쪽)와 이병선 다음카카오 이사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털뉴스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거 윤 의원 행적을 살펴보더라도 '문제 없다'는 윤 의원 입장과 배치된다. 윤 의원이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을 맡고 있던 2008년 네이버는 이명박 캠프 뉴미디어 팀장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진 의원이 17대 대선 때 네이버 임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 이명박 후보에 불리한 기사가 게재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한 소위 '네이버 평정' 발언 때문이었다.

진 의원은 네이버의 소송제기와 법원의 조정명령에 따라 2009년 7월 "발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진 의원은 "본인의 발언으로 인해 네이버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고 특정 정파에 편향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라는 오해를 받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NHN 주식회사와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이사로서 증인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 의원은 정치권이 포털 뉴스편집을 문제삼는 것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은 언론중재위원회가 포털 기사배치에 대한 시정권고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포털의 뉴스편집이 불공정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윤 의원은 이용자 기반의 기업인 포털이 정치편향적인 뉴스 편집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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