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했던 드라마 <비밀의 숲>. 3년 만에 돌아온 시즌 2 역시 명불허전의 전통을 이어갈 수밖에 없음을 1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었다. 간극을 메우고, 보다 강화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도록 준비한 첫 방송은 최고였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유재명이 연기했던 이창준의 발언을 시작으로 시즌 2는 시작되었다. 그가 추구했던 변화,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절박하게 담았던 이창준의 그 발언을 가장 앞에 배치한 것은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안개 자욱한 해안도로를 운전하는 황시목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강렬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1화를 이렇게 배치하는 것을 보면 이수연 작가는 분명 뛰어난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 작품까지 겨우 세 작품이 전부인 작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tvN 새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해안도로 경계선이 무너진 지역을 발견한 황시목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그의 이런 집중력과 감은 결국 사건 속으로 들어서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통영을 떠나는 시목을 위한 자리에 정작 주인공은 가지 않았다.

구급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 시목은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그곳에서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두 명의 사체를 바다에서 건져냈다. 함께 여행을 온 친구의 떨림을 유심히 지켜보는 시목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같은 날 서울에 있던 여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피규어를 인스타그램에서 살피다 이상한 사진을 보게 된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사진이 올라오며 보게 된 그 일이 사건으로 연결될지는 그때는 몰랐다. 황시목처럼 말이다. 통영이라는 말에 시목을 생각하는 여진이었다.

그 우연하지만 집요한 시목과 여진으로 인해 통영 해안가 사고는 ‘사건’이 되었다. 현장에서 '출입금지' 푯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커플을 추적한 여진과 용산서 장건은 그렇게 가진 것은 아버지의 돈밖에 없는 금수저를 경찰서까지 데려가는 데 성공했다.

tvN 새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첫 만남에서 보인 그의 행동이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었다. 집요함은 단 하나의 흔적만으로도 문제의 본질로 이끈다. 그렇게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금수저는 아버지에 연락해 변호사를 부른다. 전관예우를 받는 현실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가 등장한 이 상황은 언급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술에 취해 객기를 부리듯 바다로 들어간 아이들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해안에 설치된 경고문과 출입금지선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경계심을 가질 수는 있었을 것이다. 안개와 큰 파도가 치던 날 이런 출입금지선까지 없는 바다는 그렇게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두 청년을 집어삼켰다.

직접적으로 청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지만 금수저의 이 행동은 어떤 처벌이든 받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터로 출입금지선을 끊었고, 그렇게 끊긴 줄을 바다에 집어던지는 등 이들 금수저 커플은 자신들의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유도했다.

tvN 새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사건이 만들어지자마자 전관 변호사는 이를 마무리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생존자가 이들 금수저 커플을 보지 못했다는 발언을 받아낸 후 모든 것은 끝났다. 아무런 법적 조언도 받지 못한 생존자가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돈을 가진 자는 모든 것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 사건은 하루 만에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전관이 아니었다면 사건이 이렇게 흐지부지 사라질 수는 없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에 넘겨도 사건화되지도 못하는 사건. 그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시목은 최종적으로 이 사건에 사인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직했던 강원철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이 본청을 떠난 사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렇게 시목은 다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검경 혹은 경검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서로를 헐뜯기 위한 여론전이 한참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의 편에 서서 경찰을 공격한다. 그들에게 검찰은 중요한 존재다. 권력의 핵심에 가까이 있는 검찰은 경찰 조직과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tvN 새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의 정치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심화되어 왔다.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검찰 조직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렇게 경검수사권 조정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권력을 나누지 않으려는 검찰과 수사권을 가져가려는 경찰. 두 조직 간 싸움에서 과연 시목과 여진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까? 첫 회 안개와 이창준의 다짐 그리고 전관까지 앞세워 시즌2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경찰 조직을 대변하는 최빛의 존재감이 첫 회를 휘감았고, 이제 2화에는 검찰을 대변하는 우태하가 등장할 것이다.

존재 자체가 곧 브랜드가 되는 배우들의 열연만이 아니라, 탄탄한 이야기로 인해 첫 회부터 ‘웰메이드 드라마’의 위엄을 보여준 <비밀의 숲 시즌2>는 역시였다. 왜 그렇게 시청자들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려왔는지 단 한 번의 이야기만으로 그 이유를 증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