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해 교단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를 ‘n번방 사건’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유일 성소수자 교회인 '로뎀나무그늘교회'(로뎀교회)는 “이동환 목사를 향한 중세적이며 근본주의적인 마녀사냥을 당장 멈춰라”고 지적했다.

이동환 목사와 타 교단 신부·목사 등 3명은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열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이 목사가 교리와 장전(내부 규칙)을 어겼다며 종교재판에 회부했다. 감리회는 내부 규칙에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행위자를 정직이나 면직, 출교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감리회 동성애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이동환 목사의 축복 행위는) 목사 가운을 입고 n번방이나 음란물 제작 촬영 현장으로 달려가 축도한 행위에 준한다”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축복을 범죄와 비교한 것이다.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뎀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감리회는 마녀사냥을 멈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뎀교회는 감리회 동성애대책위 성명과 관련해 “그동안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이동환 목사의 축복을 n번방 범죄에 비유하는 도 넘은 행태를 보면 이제는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로뎀교회는 “(감리회 동성애대책위는) 범죄에 비교할 정도로 여기고 있는 성소수자의 삶을 단 한 번이라도 실제로 만나 듣고 본 적이 있는가”라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을 극악한 범죄자로 낙인찍고 멸시와 차별을 행하는 것이 복음(예수의 가르침)인가”라고 되물었다. 로뎀교회는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보여주는 행태는 근본주의적인 독선과 무례, 무지함과 무자비함”이라면서 “혐오와 차별 속에서 성소수자들은 모멸감과 상처를 안고 평생 살아간다는, 혹은 죽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로뎀교회는 “감리회는 성소수자들과 이동환 목사에게 가하는 종교적 폭력을 당장 멈추고 사과하라”면서 “무조건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정죄에 앞서 교단의 합리적인 신앙전통에 따라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동환 목사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대응에 나섰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는 민변 소속 변호사 9명, 감리회 목회자·교인 34명으로 구성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감리회는 7일 이 목사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변호인단 측은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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