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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방법

기사승인 2020.07.31  07: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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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규 칼럼]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지난 봄은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의혹제기 보도로 뜨거웠다. 정의연의 기부금 활용내역을 두고 별별 의혹이 다 쏟아졌다. 논란은 뜨거웠지만 그 결론은 좀 낯뜨겁다. 논란 이후 두 달이 지난 7월, 십여 건의 기사들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기사삭제, 정정‧반론보도 게재 등의 조정 조치를 받았다(<미디어스>, “'정의연 맥줏집 3천만원' 등 의혹보도, '정정·반론보도' 조정"). 

어쨌거나 논란의 결과로 시민사회단체의 투명성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독립된 감독기구를 만들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을 감독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기됐다. 필요한 얘기들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왜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했나. 관리와 감독을 넘어, 시민인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정의연 사태의 중심에는 단체의 실무역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회계 실무를 담당할 전문가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관행과 요식행위에 따른 잘못된 실무처리가 누적돼 왔고, 그 결과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당시 의혹제기 보도들은 회계오류가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 은폐라는 방향으로 전개된 측면이 있으나, 대부분의 의혹들은 단순 실수 또는 행정적 한계에 불과했다(<미디어오늘>, “회계 부실을 회계 부정 프레임으로 정의연 가두다”). 물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에서 회계 부실은 실수라는 말로 용서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타당하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448차 수요 정기시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왜 회계 전문가를 채용하지 못하는지 살펴야 한다. 핵심은 대부분 시민사회단체들의 재정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수입원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는데, 한국의 개인 기부 참여율은 OECD 기준 중하위권에 속한다. 2012년 조사 기준 ‘최근 한 달간 기부를 해봤다’는 응답이 32.7%로, OECD 가입국 34개국 중 24위다. OECD 평균은 43.%로 나타났고, 1위를 차지한 영국은 72.%에 달한다. 후원금만으로는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부 보조금을 넉넉히 받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매년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는데, 여기서 선정되는 단체는 약 200여 곳 정도다. 전체 비영리민간단체 수가 약 1,700여 곳(2019년 4분기 중앙정부 등록 기준, 지자체 등록 단체는 약 13,000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 정도의 단체만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는 셈이다. 게다가 이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만 한정하는 것으로, 법인이 없는 단체 등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한없이 낮아진다. 독립성을 위해 정부 지원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시민사회단체도 많다.

시민사회단체의 열악한 재정 현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역시 ‘얼마를 받고 일하는가’일 것이다. 이 영역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된 데이터는 없지만,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몇 가지 있다. 2012년에 ‘시민사회공익활동가 공제회 추진위원회’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월급은 고작 133만원에 불과했다. 2019년에 ‘인권재단 사람’이 인권단체 상근활동가 108명을 조사했을 때는 평균 181만원이었다. 최근에는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라는 참여연대‧서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평균연봉이 3천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보도(2020년 5월 기업정보사이트 ‘크레딧잡’ 기준)도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의 인건비는 어째서 이렇게 낮을까. 여러 경우가 있겠으나,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우선적으로 인건비를 축소하는 방법을 택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후원회원을 크게 늘려야 하고, 후원회원을 늘리려면 사업 성과를 극대화해 단체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인건비를 줄여 사업비의 비중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부문화에서 후원회원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일은 잘 없고, 이 ‘보릿고개’에서 상근활동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구조이니 단체 입장에서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줄 회계 담당자를 별도로 채용하는 결정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악순환이 얹어진다. 운영 투명성 제고를 보류하는 사이에 기부금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사건이 터지고, 이에 실망한 사람들은 기존 후원을 중단하거나 점점 더 후원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재정은 더욱 열악해지고, 앞서의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 속에 보릿고개는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 독립적 감독기구를 만들거나 기부금 관련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 가능할까. 투명성은 높일 수 있겠으나, 시민사회단체가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체가 운영 투명성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자체적으로 여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시민들이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가진 일반적인 편견을 강화해 악순환을 재촉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시민들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편견을 멈추고 후원금을 보태며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는 긍정적 인식 변화가 동반될 때라야 시민사회단체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다. 물론 쉬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또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바란다면 언젠가는 필요한 변화다. 후원과 참여가 곧 감시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길이다.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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