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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측 “서울시는 책임 주체이지 조사 주체 아니다"

기사승인 2020.07.22  13: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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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피해자 2차기자회견 “서울시 합동조사단 참여 안한다…인권위 진정하겠다”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2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꾸린 합동조사단에 참여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겠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서울시 합동조사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5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에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로 조사 대상자인 피해자와 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시 합동조사단에 증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고소 전 피해자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현직 비서관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지만, 이들은 침묵으로 동조했고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위력적 구조’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장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비서관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힌 것을 보면, 서울시가 책임소재를 물을 선을 정해두고 사건을 결론 지으려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소 이후 서울시가 보인 태도 역시 피해자가 서울시에 조사를 맡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경 소장은 “비서실장이 서울시 직원이 성추행 관련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을 보고했고 서울시가 이를 인지했음에도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기관장으로 진행했다”며 “장례위원회는 ‘고인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은 명예훼손’이란 입장도 냈었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치나 관련 절차는 하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피해자와 피해지원단체 및 법률대리인은 박 전 시장에 대한 조사를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주 인권위에 진정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피해지원단체는 인권위 조사 범위는 발생한 사안, 성희롱·성차별이 이뤄지는 업무환경, 문제제기 묵살과정, 업무상 불이익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 대상자를 서울시 전·현직 관련자를 포함한 20여 명이라고 꼽았다. 소위 방조자로 지목된 20명은 피해자가 4년여에 걸쳐 피해사실을 호소한 서울시 직원들이다. 인사담당자를 포함해 피해자의 부서이동 전 17명, 부서이동 후 3명이 포함된다.

피해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우리 법에서 ‘방조’는 범죄행위를 방조하는 직·간접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며 “피해자를 전보 조처하지 않은 점,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점,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으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 등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계속해서 추행 피해에 노출되도록 한 행위이기에 방조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했다. 피해자는 주변인들에게 고충을 호소했으나 이들은 ‘남은 30년 공무원 편하게 생활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너가 예뻐서 그렇겠지’, ‘인사이동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소인이 사망했기에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성추행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지 이를 방조한 사람까지 적용되는 건 아니다”며 “방조한 사람들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법적 혐의를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는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을 진행했으며 수사 중에 있다.

이날 피해지원단체들은 지난 13일 열린 1차 기자회견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피해자 측에 대한 억측, 공격, 질문 등에 답했다. 피해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증거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추가 확보 자료 역시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피해사실을 말하면 말한 대로, 말하지 않으면 이를 이유로 피해자를 비난, 공격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전가로 2차 피해를 유발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4년 동안 왜 침묵했냐’, ‘여성단체가 언론플레이한다’, ‘피고소인의 죽음을 부추겼다’ 등의 비난에 대해 송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피해자의 4년간 피해 해결 요구를 듣고도 응답하지 않은 이들에게 질문해달라”, “여성단체나 변호인이 고소를 부추겼다는 것은 피해자를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인 이로 만드는 일로 피해자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답했다. 추가로 변호인에 대한 공격은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송 처장은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5일 동안 치러진 것에 대해 “서울시로부터의 2차 피해”라고 말했다. 사건에 명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장으로 치러진 장례는 피고소인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피해지원단체들은 “본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 여성들이 도구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우리가 구축해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이 사건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 관련자들에게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수사기관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과 관련된 구체적인 적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과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는 총 4건이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으로 고소한 사건(7/8), ‘강제추행 방조에 대해 제 3자가 고발한 사건, 피해자 측이 2차 피해에 대해 고소한 사건(7/13),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피고소인에 전달된 것에 대해(공무상 비밀유지 위반) 제 3자가 고발한 사건 등이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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