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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검언유착 녹취록' 보도, 문제는 검찰발 보도

기사승인 2020.07.22  09: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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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재측 녹취록 공개에 추가 논란 가중… 피의사실 보도 엄격한 기준 세워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공모해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KBS·MBC '검찰발 보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 전 기자측이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과 검찰 구속영장에 명시된 범죄사실 일부를 공개하면서 KBS·MBC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보도 등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KBS와 MBC는 '부산고검 녹취록'의 전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다양한 취재원', 검찰 수사팀 등을 통해 녹취록 내용을 재구성, 검찰이 이 녹취록을 '스모킹건'으로 쥐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다. 하지만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는 보도된 내용이 없거나, 다른 맥락에서 보도내용 구성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사건 검찰 수사팀이 확보한 증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법원이 어떤 증거들을 보고 이 전 기자 구속을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거나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채널A 자체 진상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 간 공모의혹이 해소된 상황도 아니다. 두 방송사의 보도와 일련의 논란은 24일 열릴 이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KBS '뉴스9'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20일 MBC '뉴스데스크' <[단독] 이 前 기자 설명 듣더니…"그런 건 해볼 만하다"> 보도화면

그간 언론계에서는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의 '검찰발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수사,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검찰발 보도'의 폐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여부와 무관하게 언론이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취재의 자유 차원에서, 또 검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 수사 상황과 내용은 보도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의 시각'에 따른 단정적 중계식 보도였다. 언론 안팎에서 '검찰발 보도'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재판 중심의 보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최근 KBS·MBC의 보도는 이 같은 원칙에서 빗겨났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21일 오전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 취재 내용을 얘기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한 검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것이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 "유시민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정치인 수사도 아니고"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이 전 기자가 "강연 같은 거 한 번 할 때 3천만원씩 주고 했을 거 아니에요"라고 하자 한 검사는 "하여튼 금융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게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 전 기자가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연구하겠다면서"라고 하자 한 검사는 "관심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라며 "그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의 유시민 위상이나 말의 무게를 비교해봐"라고 답했다. 

이어 이 전 기자는 "사실 저희가 요즘 ○○○(후배기자)를 특히 시키는 게,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라며 "이철(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아파트를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검사는 "그건 해 볼 만 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했다. 다시 이 전 기자가 "이철, Q, R,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라고 하자 한 검사는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9'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 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에서 이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며 유시민 이사장 취재 필요성을 언급하고, 한 검사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또 한 검사가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자리에서 총선을 앞두고 보도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 없는 내용으로 KBS는 19일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0일 성명에서 "보도본부는 그간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사실 공표는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그 원칙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졌는가”라며 “KBS발(發) 보도들이 여느 언론사보다도 더 쉽게 정파성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상황에 따라 원칙이 흔들려 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19일 '뉴스데스크' <[단독] 이 前 기자 설명 듣더니…"그런 건 해볼 만하다">에서 "검찰은 당시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들을 취재 중인데, 이철 씨와 그 가족을 압박해 유시민 등의 범죄 정보를 구하고 있다'며 편지를 썼고,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러자 한동훈 검사장은 '그런 것은 해 볼만하다. 그런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 관련 여권 인사들'을 취재 중이라고 한 적이 없고, "그런 것은 해 볼만하다"는 한 검사 발언은 이철 전 대표 아파트를 찾아다닌다는 이 전 기자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말은 '가족의 비리'를 찾는다는 게 아니라, 이철이 중형을 선고받았기에 가족과 접촉이 되면 설득을 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전 기자 변호인이 일부 공개한 검찰 구속영장 범죄사실이 MBC 보도 내용과 상당부분 같은 구조와 순서를 띠고 있어 추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조선일보의 경우 "조작에 가깝다", "함정을 파놓고 기자를 유인했다", "김동현 판사(영장전담판사)의 법을 빙자한 정치" 등의 주장을 펴며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검언유착' 의혹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문제로 현재 결론 내릴 수 없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정권과 친여 매체들의 '윤석열 죽이기' 공모가 '검·언유착'이다>에서 "채널A 기자 사건은 특종 욕심이 지나친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다가 금융 사기로 수감된 사람에게 여권 로비를 털어놓으라면서 한 검사장과 잘 통하는 것처럼 처신한 것"이라면서 "(제보자는)함정을 파놓고 기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같은 날 사설 <김동현 판사의 법을 빙자한 정치에 법원이 입장 밝혀야 한다>에서는 "김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친여 매체들의 일방적 보도를 믿고 사람을 구속하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과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구속요건인 점을 들어 "명색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 요건이 아닌 다른 이유가 더해져 사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법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 대리인 '제보자X' 지 모 씨는 이 전 기자가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한 검사와의 통화 녹음을 들려주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 검사와 협박을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초기화했다. 이 전 기자는 4월 1일 두 대의 휴대전화 중 한 대는 조사위에 제출하고 한 대는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취재용 노트북이 느려졌다며 회사에 초기화를 요청했다. 채널A 진상조사 직전에 사건의 진위를 밝힐 핵심증거를 모두 인멸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난달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찰청에 보고했지만 결재를 받지 못했다. 이후 수사팀과 대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 검찰 내 논란이 일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러한 혐의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여 수사를 방해하였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조선일보 7월 21일 사설 <정권과 친여 매체들의 '윤석열 죽이기' 공모가 '검·언 유착'이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10일 후배 기자인 백 기자와 나눈 통화에서 한 검사로 추정되는 인사 '□□□'의 말을 전한다. 

이 전 기자는 이 통화에서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거야"라며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이)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이라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통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 전 기자를 상대로 5월 3일과 6일 추가 조사계획을 통보했지만, 이 전 기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측 녹취록 공개에 대해 "수사팀과 다른 별도의 주체가 녹취한 자료로서, 일응 해당 일자 녹취록 전문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사안과 관련성 있는 내용 중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되는 등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지검은 "정상 증거자료의 내용을 미리 공개하기는 어려우나,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와 수사 및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라며 "또한, 범죄혐의 유무는 특정 녹취록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보되었거나 앞으로 수집될 다양한 증거자료들을 종합하여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에 이 전 기자 측은 "의도적으로 누락 축약한 부분이 전혀 없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면 영장에 나왔을 것인데 오늘 공개된 내용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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