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동재 전 채널A기자와 한동훈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공모 의혹을 제기한 KBS가 하루 만에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사과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날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와 지난 2월 나눴던 녹취록 내용을 일부 공개해 공모 의혹을 반박했고, 한 검사 측은 KBS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KBS는 19일 <뉴스9>에서 “KBS는 어제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 관련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를 의심할 만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며 “저희 KBS 취재진은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앵커는 이어 “저희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실보도를 추구하고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과관계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취재진의 공통된 믿음”이라며 “취재 과정에서, 또 보도 내용 가운데, 불가피한 실수가 발견될 경우, 시청자 여러분께 가감없이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18일 KBS '뉴스9'의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보도.

전날 KBS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가 지난 2월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한 검사가 이 전 기자와의 대화에서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전 기자 측은 19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검사와 공모한 정황이 없고, 한 검사가 취재를 독려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 13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가 이 부산고검에서 나눈 녹취록 중 신라젠 관련 부분을 공개했다. 15분간 진행된 당시 대화는 이 전 기자의 후배인 백승우 채널A기자가 녹음한 파일로, 서울중앙수사팀과 이 전 기자, 채널A, 검찰 수사팀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주진우 변호사)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을 보면 한 검사는 “제가 이철 등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는 이 기자의 말에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한다. 주 변호사는 “취재를 잘 해보라는 덕담이지 협박을 통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이 기자가 편지를 언급한 부분은 오히려 한 검사장과 사전에 공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력히 반증한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한 검사가 유 이사장과 주가조작 연관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 중이라는 이 기자의 말에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다”며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라고 답했다. 또한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때 쯤과 지금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봐”라고 했다.

KBS'뉴스9' <“한 건 걸리면 되지” 한동훈-이동재 녹취록 공개…“공모는 아냐”> 보도 화면 (사진=KBS)

한 검사는 같은 날 KBS 보도 관계자와 KBS에 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해당 기사를 유포한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한 검사의 변호인(김종필 변호사)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이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시점이나 내용도 너무 악의적”이라며 “당사자 확인없이 누구로부터 듣고 위와 같은 허위보도를 한 것인지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녹취록에 담긴 대화를 공모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랜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의 대리인이었던 김필성 변호사는 20일 MBC<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꼼꼼하게 읽어봤는데 전문이 아닌 생략된 내용들이 있어 내용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공개된 녹취록은 변호인이 자기한테 유리한 내용을 발췌해서 냈을 가능성이 높아 이것만으로 문맥이나 이런 것들을 판단하기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계속 문제가 됐던 녹취록이기에 관련 녹취록이 더 있는지, 추가 녹취가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검찰의 수사 상황, 증거 등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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