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결정을 두고 “우리 동포(북한)를 향해 총을 쏴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힙니까”라고 발언한 노영희 변호사가 자신이 진행하던 방송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노 변호사는 관련 발언으로 세 차례 사과했지만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거셌다. 또한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15일 자신의 SNS에 “그동안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을 아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오늘부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알렸다.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 생방송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논란과 관련해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 사진 (사진=YTN)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 패널로 출연한 노 변호사는 “(백선엽 장군) 본인이 좀 전에 나온 화면처럼 동포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것이 어쩔 수 없었다. 동포에게 총을 겨눴다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그런데 어떻게 저분이 6·25 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에게도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그게 현충원에 묻힙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왜 친일 행적에 반성도 없는 사람에 대해 우리가 남의 묘까지 해서 자리를 만들어 현충원에 묻혀야 하는지. 저는 대전현충원도 사실은 묻히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우리 민족을 향해 총을 쐈던 6·25전쟁‘이라고 말씀하신 부분 수정하실 의향이 없냐”고 하자, 노 변호사는 “6·25 전쟁은 북한하고 싸운 것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발언을 수정했다. 노 변호사는 “6·25 전쟁에서 아무리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과거에 친일 행적이 미화되거나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묻히거나 그럴 수는 없다, 이게 제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현충원에 묻힐 수 없다면 사실은 대전현충원에도 묻히지 않는 것이 맞지 않느냐. 서울은 안 되고 대전은 된다, 이런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설명”이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MBN 게시판은 물론 노 변호사가 진행을 맡고 있는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도 불똥이 튀었다. YTN 게시판에 15일 오후까지 총 500여 개의 노 변호사의 공개 사과와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항의는 노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사무실까지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은 14일 “북한 인민군도 우리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전쟁 영웅이자 국민 수호자인 백 장군을 모독했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국가적 발상”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노 변호사 논리대로라면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맞서 싸운 국군 용사들은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며 “수많은 호국 영령을 욕보이고 유가족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망발”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노 변호사는 두 차례 자신의 SNS에서 사과했다. 14일 첫 번째 글에서는 생방송 발언 전문과 함께 “생방송이라 오해가 있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글에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방송 중에도 수정했고 SNS에도 글을 올렸다”며 “절대 6·25 참전 용사나 호국영령에 대한 폄하가 전혀 아니었고 화면으로 나왔던 백 장군의 저서 글과 생방송 도중 발언이 섞여서 본의 아니게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이 보도되었다. 6·25 참전 용사나 호국영령분들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누가 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15일 YTN <출발 새아침> 오프닝에서 6·25참전 용사나 호국영령분들, 우리 국군 장병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누가 될 수 있었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은 이어졌고, 같은 날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다. YTN은 이를 수용한 상태다. 노 변호사는 지난해 7월 22일부터 <출발 새아침> 진행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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