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등 주요 조건 미이행 시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OBS에서 '방송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대주주 전언이 확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는 성명을 내어 OBS 대주주인 영안모자 회장 부자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백정수 의장이 지난달 30일 주재한 월례회의에서 올해 경영실적에 따라 방송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하였고,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최근 OBS 사내에서 만난 직원에게 "너희들 곧 망할 것 같은데 어쩌냐"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OBS경인TV 사옥 (사진=OBS)

복수의 OBS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백정수 의장의 월례회의 발언은 회의에 참석한 국장들이 팀원들에게 직접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간 OBS 경영진은 노조와의 소통 과정에서 백 회장 등 대주주가 방송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왔지만, 대주주가 이처럼 구체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OBS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가 상당하다.

언론노조 OBS지부는 "노사협의회에서 경영진이 '대주주가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이 임금반납을 받아내기 위한 조합 겁박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대주주가 직접 공식화시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내년에 OBS 사업자를 새로 공모해야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OBS지부는 "OBS가 망하면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가. 미래비전도, 계획도, 투자도 없으면서 사업을 접겠다고 하면 이번에도 직원들이 호봉동결과 임금반납을 해줄 것 같은가"라고 반문하며 "사측이 요구하는 직원들 희생은 작년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인 제작비 투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명분을 만들려한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한다. 방통위를 상대로 벌이는 위험천만한 재허가 도박"이라고 직격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맡은 방송통신위원회 표철수 상임위원이 OBS, 경기방송, TBC에 대한 조건부 재허가 의결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난해 12월 방통위는 OBS에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를 투자계획 수준 이상으로 투자할 것 ▲17·18년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미이행 관련 투자계획 이상으로 투자할 것 ▲인천으로의 본사이전계획을 이행할 것 ▲재무전문가 컨설팅을 통한 연동별 적정 유동성 보유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해 이행실적을 제출할 것 등의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주요 조건에 대한 연도별 이행실적을 점검해 OBS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 취소'를 결정하기로 했다. OBS가 2017년, 2018년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프로그램 제작비 미집행 액수는 138억 원이다. 방통위는 이 금액의 집행 뿐 아니라 최다액출자자인 영안모자 백 회장에게 OBS 경영정상화를 위한 큰 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OBS가 지상파 방송사업자로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존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계획에 더해 미집행 제작비 투여, 대주주의 지원, 인천으로의 본사 이전 작업 등이 복합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대주주로부터 '방송 사업을 접을 수 있다', "너희들 곧 망할 것 같은데 어쩌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당시 방통위는 매년 4월 말까지 OBS로부터 이행실적을 제출받고 이를 점검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OBS는 지난 4월 이행실적을 제출했다. 현재 방통위 담당과에서 이행실적을 검토 중에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8월 초 중순 쯤에는 검토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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