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케이블SO와 PP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CJ ENM은 지난달 17일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블랙아웃)하겠다고 통보했다. 딜라이브 측은 “시청자를 볼모로 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블랙아웃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프로그램 이용 대가로 PP에게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사용료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PP 간 협상 사안이다. 최근 CJ ENM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사용료가 꾸준히 증가한 것에 반해, 당사 사용료는 수년째 동결”이라면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CJ ENM은 IPTV 30%, 위성방송 25%, SO 15~20%의 인상률을 제시했고, 일부 케이블TV에 대해 ‘사용료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시 채널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CJ ENM 채널 송출이 중단되면 케이블TV 사용자는 CJ ENM 계열 채널 13개를 볼 수 없게 된다.

CJ ENM, 딜라이브 CI

딜라이브는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 요구는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자사가 PP에 지급하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 25%가 CJ ENM에 지급되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딜라이브는 “CJ ENM은 미디어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디어 관련 업계가 채널 송출 중단에 따른 시청자 피해를 볼모로 하는 ‘벼랑 끝 전술’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딜라이브는 CJ ENM이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와 더불어 CJ오쇼핑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다고 했다. 케이블SO는 홈쇼핑사로부터 송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딜라이브는 “CJ오쇼핑은 지난해 7월 수수료 20% 인하를 요청했으며, 현재까지 송출 수수료 20%를 합의 없이 차감해 지급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미지급한 송출 수수료는 27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법원에 미지급분 지급명령을 신청했으나, CJ오쇼핑은 계속해 차감, 지급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지난 4년간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인상되지 않았다”면서 “같은 기간 지상파·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는 계속 올랐다. 자사 콘텐츠에 발전이 없다면 할 말이 없는데, 우리 역량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은 “블랙아웃을 언급한 것은 딜라이브가 협상 테이블에 나올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라면서 “PP 사업자로서 시청자에게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이미 딜라이브·일부 SO를 제외한 유료방송사업자 50%와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은 “현재 딜라이브와 CJ오쇼핑은 법적 분쟁 중”이라면서 “딜라이브는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과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연관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사용료와 수수료는 별개의 계약이고 우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송출 수수료 계약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딜라이브와 CJ ENM 갈등은 방송산업 재편과 맞물려있다. 케이블TV 업계는 IPTV·OTT의 발달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케이블TV 사업자는 통신사와 인수합병 됐으며, 딜라이브 역시 매각 대상에 올랐다. 반면 CJ ENM의 콘텐츠는 성장세이며 유튜브·OTT 등 송출 수단이 다양화됐다. 송출 수단이 케이블로 한정됐던 과거와는 다른 국면이다. 케이블TV와 PP 간 위치가 뒤바뀌면서 앞으로도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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