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북 전단 문제를 시작으로 남북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앙일보의 논조 변화가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최근 정부가 대북 전단 처벌 방침을 내린 것과 관련해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에게 남북한 실상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막무가내식의 전단 살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처벌'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일 사설 <대북 전단 이유로 탈북민 비하는 안 된다>에서 “정권은 대북 전단을 뿌리는 탈북민들을 남북관계를 망치는 방해꾼으로 폄하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한의 실상을 일깨워주는 데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탈북자 중 많은 이가 ‘대북 전단을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고 토로한다고 한다”고 썼다. 대북 전단이 북 주민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6월 5일 중앙일보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대북 전단 금지법’ 발상' 사설

중앙일보는 5일 사설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대북 전단 금지법’ 발상>에서 대북 전단 금지 방침을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대북 전단 살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권리”라면서 “남북 대화나 접경 지역 국민의 안전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정부와 국민의 자율적 결정에 맡길 사안이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추진하면 대북 정책의 카드만 잃는 동시에 위헌 논란을 자초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전단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는 중앙일보, 박근혜 정부 때는 달랐다. 중앙일보는 2014년 10월 27일 <위험천만한 대북 전단 살포, 자제해야 한다> 사설에서 “정부는 대북 전단 제한 방법이 없다고만 되뇌질 말고 보수단체를 설득하고 어떻게 해서든 뜯어말려야 한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가 추가로 이뤄지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현 단계에서 막무가내식의 전단 살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자제하는 것이 이성적이고 공공의 이익에도 맞다”고 했다. 6년 사이 대북 전단에 대한 논조가 바뀐 것이다.

또 중앙일보는 2015년 3월 27일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개학원 교수의 <대북 전단, 보내려면 조용하게 보내라> 시론을 게재했다. 제 교수는 “그간 북한은 전단을 실은 풍선이 북측으로 들어올 경우 도발 지점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격파 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해 왔다”면서 “실제로 대량 살포가 있자 고사총을 쏘아 그 총탄이 경기도 연천 인근 지역에 떨어진 바 있다. 최근 북한은 이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무력 대응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할 경우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10월 중앙일보 '위험천만한 대북 전단 살포, 자제해야 한다' 사설

조선일보 역시 9일 사설 <군 동원해 우리 국민들 대북 전단 살포 제압하자는 발상>에서 “대북 전단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김정은 정권이 이토록 발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이 흘러 들어가게 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결국 그것이 북한의 야만적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무분별한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했다. 대북 전단 살포행사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면서 접경 지역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조선일보는 2014년 10월 13일 사설 <대북 전단 살포가 '남남 갈등' 불씨 되지 않도록 해야>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가하면서 주민들은 북의 위협을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2014년 10월 13일 조선일보 '대북 전단 살포가 '남남 갈등' 불씨 되지 않도록 해야' 사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탈북자 단체가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대대적인 전단 풍선 보내기 행사를 열었다”면서 “사전 예고까지 한 상태라 20여 개 국내외 언론사가 취재 경쟁을 벌였을 정도다. 이 같은 보여주기식 행사는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만 키울 뿐”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대북 전단을 보내는 방법도 종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면서 “대북 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남남 갈등의 소재가 되고 일부 단체의 홍보 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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