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29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개인 명의 통장을 이용해 후원금을 모집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사과했다. 백여 명의 취재진이 기자회견장에 모였고, 카메라 기자와 취재기자 사이 설전도 벌어졌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국회 사무처는 다수 취재진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사무처는 기자들에게 “취재 질서 유지를 위하여 포토라인을 운영하겠다.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밝혔다.

윤미향 당선인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스)

오후 1시 45분, 기자회견 15분 전

기자들은 윤미향 당선인 동선에 맞춰 자리를 잡았다. 국회 소통관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카메라 수십 대가 자리 잡았다.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은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일부 기자들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왜 이렇게 기자가 많이 왔냐”고 말했다. 기자회견 5분 전,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예민해졌다. 카메라 기자들은 기자·사무처 직원이 렌즈를 가릴 때마다 “거기 비켜”라며 고성을 질렀다. 윤미향 당선인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서야 고성이 멈췄다.

오후 2시, 기자회견

윤미향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모금한 돈을 할머니에게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3번의 모금을 진행했고, 모두 피해자 개인에게 전달했다”면서 “‘왜 성금을 전부 할머니에게 지원하지 않느냐’는 일부 비난은 그간의 성과와 정대협, 정의연 운동의 지향을 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안성 힐링센터 의혹에 대해 “이규민 당선인의 소개로 힐링 센터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여 차액을 횡령하였다는 의혹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힐링 센터는 시세와 달리 헐값에 매각된 것이 아니라 당시 형성된 시세에 따라 이루어졌다”면서 “오랜 시간 매각이 지연되는 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저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윤 당선인은 ▲2015년 한일 정부 위안부 합의 결과를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남편이 소유한 신문사가 부당 이익을 챙겼다 ▲탈북 종업원에게 월북을 권유했다 ▲후원금을 개인 명의로 받아 착복했다 등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윤 당선인은 딸 미국 유학자금에 대해 “대부분 남편의 (남매간첩단 사건)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으로 충당되었다. 남편과 가족이 받은 보상금·배상금은 총 2억 40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언론은 ‘기자 질의응답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윤 당선인은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려 했으나, 윤 당선인이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할 순 없다”면서 “할머니가 진짜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곧 불체포특권이 생기는데 검찰에 출두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 조사를 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개인 명의의 통장을 이용해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지적에 “당시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다. 금액에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당선인은 “나를 변호하고 싶어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고, 그것이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됐다”면서 “스스로 조리 있게 체계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20일간 있었다. 오늘은 용기를 내 국민께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 때문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국회방송 카메라기자와 취재진 사이 설전이 벌어졌던 장면 (사진=미디어스)

오후 2시 40분, 기자회견 종료

윤 당선인은 질의응답 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윤 당선인과 추가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이 어우러졌다. 카메라 기자들은 윤 당선인이 영상에 담기지 않자 기자들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JTBC 카메라 기자는 “거기 누구야, 왜 (윤 당선인에게) 붙어있어”라고, 국회방송 카메라 기자는 “(윤 당선인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선에선) 취재 않기로 했는데 왜 붙어”라고 소리 질렀다.

그 과정에서 취재진과 국회방송 카메라 기자 사이에 설전이 있었다. 한 취재진은 “(윤 당선인)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 카메라 확인해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재진은 “따질 거면 기자단에 따져라. 취재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왜 국회방송에서 기자들에게 그러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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