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갈 때까지 갔다. 언론이 죽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 언론다운 언론이 되려고 노력하는 언론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신문시장을 초토화한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언론 본연의 임무를 내팽개친 채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새로운 생존 무기와 사익추구에 목을 매고 있다.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특유의 뻔뻔함도 여전하다.

언론을 제4부(The fourth estate)라고 할 때에는 언론이 정치권력과 강자들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제 <조선> <동아> <중앙> 등 족벌신문사들을 더 이상 언론으로 부르기 어렵다. 정치권력과 재벌 등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고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간혹 비치는 그들의 정치권력 비판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방송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이 되어 있었다. 무려 1071개의 가명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홍석현 <중앙> 회장을 사면복권시켜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역시 탈세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조선> 방상훈 사장 등을 사면복권시켜 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치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족벌사주들은 대대손손 세습한다. 그러니 정치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도 족벌신문사와 사주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권력이다. 권력 위의 권력이고, 누구의 견제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이다. 한나라당과 MB정권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족벌신문들에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해준 것이다. 이제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조중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영업정지를 당해 청산위기에 빠진 부산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조중동의 밥'이 되어 종합편성채널사업에 투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도 두려워하는 판에 저축은행들이 어떻게 그들의 투자요청을 거절하겠는가!

족벌언론 사주들의 무소불위의 배경 : 혼맥

조중동의 무소불위한 힘의 원천과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권력(power)과 영향력(influence)을 독점한 네트워크(network)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세력은 실질적으로 교체된 적이 없다. 지연과 학연은 제쳐두고 그들은 혈연, 즉 혼맥으로 똘똘 뭉쳐있다.

어떤 사회가 덜 사악한 사회가 되려면, 두 가지 중요한 가치와 수단에서 독점이 허용돼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치권력(political power)은 3권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영향력(influence)의 3권분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헌법상으로는 3권분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입법, 사법, 행정에 종사하는 고위층들, 즉 상당수 국회의원, 대통령, 장관, 고위관료,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이 혼맥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다.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반적으로 돈(money), 권력, 명예(권위) 등에서 나온다. 돈을 가진 재벌,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과 국회의원들, 명예를 먹고 사는 사학재단 등을 운영하는 자들이 한통속이다. 글자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이 돈, 권력, 명예 등 모든 것들을 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가세한다. 족벌언론 권력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사주들이 이 무시무시한 혼맥의 중심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무시무시한 홍석현의 혼맥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 남소연 홍석현

<중앙> 사주부터 보자. <중앙> 홍석현(1949년생) 회장의 매형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건희-홍라희(1945년생) 부부의 둘째 사위가 <동아> 사장 김재호(1964년생)의 동생 김재열(1968년생) 제일모직 부사장이다. 김재열과 손위 처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중학교 동기동창이다.

홍석현 회장의 장인, 즉 부인 신연균(1953년생)씨의 친정아버지가 신직수(1927~2001)씨다. 그는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 보기 어려운 기록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 자리를 모두 거친 유일한 사람이다. 검찰총장직을 무려 8년 이상 지낸 것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 전에는 중앙정보부 2인자, 즉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냈다.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두 아들 중 한사람은 미국에서 27홀 규모의 대형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조성 혹은 매입 자금의 원천에 대해 우리 언론은 관심을 가지거나 추적 보도한 적이 없다.

홍석현의 2남 1녀 중 장남인 홍정도(1977년생)씨는 현재 <중앙> 부사장이다. 그의 장인은 윤재륜 서울공대 재료공학과 교수이고, 홍정도의 처 조부는 성보문화재단과 유화증권 등을 설립한 재벌 못지않은 부를 가진 윤장섭(1922년생) 이사장이다.

홍정도의 여동생 홍정현(1980년생)의 시아버지가 허광수(1946년생)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고, 허광수 회장의 둘째형이 허동수(1943년생) GS-칼텍스 회장이고, 사촌동생이 전경련 회장이자 GS그룹 회장인 허창수(1948년생)씨다. 허광수 회장의 아랫동서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 정몽준(1951년생)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허광수 회장의 딸 허유정(1974년생)이 방상훈(1948년생) <조선> 사장의 2남 중 장남인 방준오 <조선> 미래전략팀장의 부인이다. 방상훈 사장과 홍석현 회장은 허광수 회장을 매개로 사돈이다. 홍정욱(1970년생)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방준오 팀장의 사촌동서이고 정몽준 의원이 처이모부다.

허광수, 정몽준 회장의 장인은 외무부에서 'DJ사단'을 거느리고 있던 김동조(1918~2004) 전 외무부장관이다. 그는 주미, 주일대사도 거쳤다. 그를 따르던 후배 외교관 중에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있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멘토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홍석현의 여동생 홍라영(1960년생)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의 시아버지다.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둘째 며느리가 정다미(1961년생)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인데, 그녀의 작은 아버지가 바로 이병철 회장의 5녀 이명희(1943년생) 신세계그룹 회장의 남편 정재은(1939년생) 신세계 명예회장이다. 정 교수의 부친 정재덕(1931~2004)씨는 경제기획원 경제협력국장과 신세계 고문을 지낸 바 있다.

홍석현 회장의 첫째동생 홍석조(1953년생) 전 광주고검장은 현재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우리나라 24시 편의점 회사 중 점포수가 가장 많다.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보도 당시 후배 검사들에게 삼성의 뇌물성 떡값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이를 부인하며 광주고검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의 부인은 1970년대 강남개발과 지하철 건설 등으로 유명한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조카딸이다.

홍석현의 둘째 동생 홍석준(1954년생)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다. 홍석현 회장의 형제들은 몇년 전 보광창업투자를 통해 제대혈 회사인 메디포스트에 투자해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석준씨는 보광창업투자를 맡기 전에는 삼성SDI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홍석현 회장의 막내 남동생 홍석규(1956년생)는 외교관으로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후 기획조사과장을 끝으로 외무부를 떠난 뒤 지금은 (주)보광의 회장으로 보광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평창에 있는 보광휘닉스파크 등의 시설에서 스키경기 등이 열리게 된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권우성
사학재단들과 밀접한 조선일보 사주들

<조선> 방상훈 사장 가족의 혼맥도 장난이 아니다. 방상훈 사장의 부인 윤순명(1946년생)씨의 8촌 할아버지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방 사장의 손아래 동서가 신희철(1947년생) 서울대 산부인과 교수다. 방상훈의 차남 방정오의 장인은 이인수(1952년생) 수원대 총장으로 수원대학 설립자 이종욱(1921~2009)의 차남이다. 이 가족은 사학재단을 운영하면서 2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다.

방상훈 사장의 작은 아버지 방우영(1928년생)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3녀 1남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방혜성(1961년생)의 남편이 서성환 태평양그룹 창업주의 장남 서영배(1956년생) 태평양개발 회장이다. 방혜성은 성덕여중 등을 운영하는 태평양학원의 이사다.

방 명예회장의 차녀 방윤미의 시아버지가 9대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낸 김도창(1922-2005) 전 법제처장이다. 3녀 방혜신의 남편이 정연욱(1962년생) 경남에너지 사장이고, 시아버지가 국회 외무위원장을 지낸 정재문(1936년생) 대양산업 회장이고, 정재문 회장의 부친이 7선의원을 지낸 정해영(1915-2005) 전 국회 부의장이다.

방우영 명예회장의 외동아들 방성훈(1973년생)은 현재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있는데, 그의 장인이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최기호(1908~1980)씨의 3남 최창근(1947년생) 고려아연 회장이다.

방우영 명예회장의 손아래 동서 중의 한사람이 민정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임철순(1937년생) 전 중앙대 총장이다. 임 전 총장은 이승만 정부에서 상공장관을 지낸 임영신 여사의 양자다.

방 명예회장의 막내동서 민광기(1947년생)씨는 한일강제합병 공로로 자작 작위를 받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민영휘(1862~1935)의 증손자다. 민영휘의 차남 민대식(1882~1951)도 일제 때 총독부에 국방금품을 헌납한 사실 등으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 민대식의 차남 민병도(1916~2006)씨는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출판사 을유문화사를 공동으로 설립했고, 휴양지 남이섬도 개발한 바 있다.

방우영 명예회장의 세 여동생 중 막내가 방선영(1938년생)인데 그녀의 시아버지가 숭실대 이사장과 총장을 지낸 김형남(1905~1978) 일신방직 창업주이고, 남편 김창호(1935년생)는 숭실대 이사장에 이어 일신방직 미주지사를 담당하고 있다. 차남 김영호(1944년생)도 숭실대 재단이사장에 이어 일신방직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또 삼성문화재단 이사도 지낸 바 있다.

방우영 명예회장은 연세대 이사장을 오랫동안 맡고 있고, 방상훈 사장은 숭문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렇듯 조선일보 사주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나 관계가 있는 사학재단이 한 두개가 아니다. <조선>가 전교조 문제만 나오면 게거품을 물 듯 전교조 비판과 공격에 열을 올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반면, 하루가 멀다하고 사학비리가 터져도 조선일보가 전교조와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것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김앤장 대표, 전경련 회장과 연결되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혼맥

▲ 동아일보 역대 사주 왼쪽부터 동아일보 창업주인 인촌 김성수, 김상만 전 명예회장, 김병관 전 명예회장, 그리고 김재호 사장.
마지막으로 <동아> 김재호 사장 가족을 보자. 김재호 사장의 증조부가 <동아>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1891~1955) 부통령이다. 김 사장의 장인은 이한동(1934년생) 전 국무총리이고 손윗동서가 허태수(1957년생)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이다. 허 사장의 큰형이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자 GS그룹 회장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대 재벌 감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보기에 따라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배짱(?)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와 혼맥(네트워크)을 보면 정치권력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사돈이 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영무 대표 변호사다. 김영무 대표의 장남 김현주(1972년생)씨가 바로 허창수 회장의 사위다. 김영무 대표의 장녀 김선희(1974년생)씨의 남편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동생 정몽우(1945~1990) 전 현대알루미늄 대표의 차남 정문선 비앤지스틸 상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김선희씨의 아랫동서다. 손윗동서는 구자엽(1950년생) LS산전 회장의 장녀 구은희(1976년생)씨다. 구자엽 회장의 부친이 구태회(1923년생) 전 국회 부의장이고 큰아버지가 구인회(1907~1969) LG그룹 창업주다.

김재호 사장의 작은 할아버지 김상기(1918년생) 전 <동아> 회장의 장남이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에서 물러나 현재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국(1959년생) 고려대 교수다. 김성수 부통령의 9남 4녀 중 5남 김상오(1924년생)의 장남이 금년에 고려대 총장이 된 김병철(1949년생) 고려대 교수다.

김재호 사장의 증조부 김성수 부통령의 동생이자 삼양그룹 창업주인 김연수(1896~1979)씨는 슬하에 7남 6녀를 두었다. 이 가족들이 소유, 지배,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과 혼맥까지 감안하면 <동아> 김재호 사장의 배경도 <중앙>의 홍석현 회장이나 <조선>의 방상훈 사장 못지 않다.

이제 조중동 등 족벌언론과 사주들은 권력을 비판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이자 권력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되었다. 그들이 지상파 방송과 다를 바 없는 종합편성채널을 송출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이땅의 언론은 죽었다고 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국 사회는 대단한 '위험사회'다. 권력과 재벌을 비판, 감시해야 할 언론, 언론사, 언론사주들이 스스로 권력이 되어 사익추구에만 몰두할 때 한국 사회라는 유기체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폭발적 역동성'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이들의 독점과 횡포에 좌절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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