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에 대한 TV조선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이 연 100억원 규모의 드라마 제작을 몰아주는 외주제작사 '하이그라운드'의 대주주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로 확인됐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최근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며 지금이라도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변호사, 공인회계사인 하 대표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계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 있는 TV조선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조선방송'의 2019년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선방송은 하이그라운드에 191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 2018년에도 조선방송은 109억원을 하이그라운드에 집행했다. TV조선 매출원가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2019년도 주식회사 하이그라운드 회계감사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하이그라운드의 대주주가 방 전 대표라는 것이다. 주식회사 하이그라운드는 2014년 5월 씨스토리로 설립돼 2018년 11월에 사명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한 방송프로그램·영화제작 회사다. 2018년부터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바벨',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간택-여인들의 전쟁' 등을 제작해왔다.

올해 처음 공시 대상이 된 하이그라운드의 2019년도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 전 대표는 하이그라운드 주식 35.3%를 보유한 대주주다. 2018년도에는 방 전 대표 지분이 50%였다.

조선방송의 대주주는 조선일보사(21.9%)다. 방 전 대표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방 전 대표는 2018년 11월 27일 당시 딸 갑질 논란으로 TV조선 대표직을 사퇴, 현재 조선방송 등기이사이다.

하이그라운드 홈페이지 갈무리

하 대표는 2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 기업이면 지배주주의 자식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상황에서 별도 법인을 만들어 일감을 몰아준다면 난리가 날 상황"이라며 "게다가 TV조선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일반 기업보다 공익성이 강조되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전면적인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대표는 "일반 기업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사안이겠지만, TV조선이 종편이라는 점에서 1차적인 감독책임은 방통위에 있다"며 방통위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다만 하 대표는 방통위가 이 같은 행위를 재승인 심사 등의 과정에서 알아채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그라운드의 회계감사보고서는 올해 4월 처음으로 공시되었기 때문이다. 회계감사기준은 자산 120억원 이상, 부채 70억원 이상, 종업원 수 100명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 조건 중 2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 지난해 방통위가 발표한 2020년도 종편사업자 재승인 신청 안내서에 따르면, 2016년~2018년까지의 감사보고서만을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재승인 신청서 접수 마감일이 지난해 말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 대표는 "지금이라도 방통위가 해당 사실을 인지해서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를 하지 않도록 할 것 ▲방송 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노력할 것 등의 권고사항을 달았다. 하 대표는 "이런 일감 몰아주기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가 안됐기 때문에 나타난 전형적인 비윤리행위"라며 "이미 소유경영분리 문제가 터진 것으로 방통위 권고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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