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T&G가 자사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경향신문 기자를 상대로 급여 가압류를 신청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보수·진보 매체가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동아일보는 기사로, 한겨레와 경향은 사설로 KT&G의 기자 급여 가압류가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12면에서, 동아일보는 20일자 12면에서 KT&G의 경향신문 기자 급여 가압류 신청 관련해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19일 12면에 <KT&G 비판했다고, 기자 월급 2억 가압류> 기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KT&G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9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린 대기업”이라며 “이 때문에 ‘거대 자본의 힘으로 기자 개인을 억눌러 결과적으로 언론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20일자 12면에 한 단짜리 기사 <KT&G 비판 기자 급여 가압류 언론단체 “재갈 물리기 중단”성명>을 게재했다.

한겨레는 20일 사설로 KT&G 측을 강도 높게비판했다. '비판 기사 쓴 기자 월급 압류한 KT&G, 지나치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기사의 잘잘못을 판가름하기도 전에 기자 개인의 급여부터 가압류한 것은 지나친 조처”라며 “공적인 사안에 대한 보도를 위축시키는 나쁜 선례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한겨레는 가압류의 본래 취지를 언급하며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생계 수단인 급여를 묶어둠으로써 기자가 직접적인 압박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기자 개인에 대한 보복성 조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자들을 손해배상 소송과 월급 압류로 괴롭히는 일부 기업이 비뚤어진 행태를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경향신문은 19일 기사와 20일 사설로 해당 논란을 다뤘다. 20일 사설에서는 “KT&G의 기자 월급 가압류,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소송이 지난해 경향신문 탐사보도가 금융감독원의 KT&G 감리에 영향을 끼친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봤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3~8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회계분식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문제있다”고 보고 KT&G에 대해 검찰 통보와 임원해임 권고 등 중징계 내용을 사전통지했다. 경향신문은 “언론 5단체가 이 소송을 ‘돈으로 입을 막으려 한 명백한 언론탄압’으로 규정짓고 공동 대응한 이유”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회 투명성은 언론 자유와 권력 비판이 보장될 때 높아진다”며 국회에 국가와 기업이 소송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KT&G 측에는 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로 KT&G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월 26일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의혹>기사를 보도했다. 보도 이틀 뒤 KT&G 측은 해당 기사를 쓴 강진구 기자를 비롯해 대표이사, 편집국장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동시에 강 기자 개인의 급여도 가압류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영업이익만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이 신문사도 아닌 기자 개인의 임금에 2억원의 가압류를 진행한 것은 누가 봐도 보복성 소송”이라며 “기자 개인에 대한 가압류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손배소와 가압류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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